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8.


《고양이와 할아버지》

 네코마키 글·그림/오경화 옮김, 미우, 2016.5.31.



큰아이하고 둘이서 ‘바람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이런 이야기야 셈틀을 켜서 꾸준히 남기지만 공책에 따로 쓴다. 내가 먼저 연필을 쥐어서 척척 쓰고, 뒤이어 큰아이가 쓴다. 처음에는 그날그날 쓰려 했더니 어느새 하루씩 밀리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하루하루 이야기를 나란히 남기려고 한다. 어느덧 전남 고흥이란 시골자락에서 열 해를 살아내고 보니, 그동안 지켜보면서 배우고 받아들인 숲바람결을 두 사람 눈길로 하루하루 남겨 보려는 뜻이다. 이렇게 한 해치를 쓰고 보면 ‘철·달·날’에 따라 흐르는 숨결을 새삼스레 엿볼 만하겠지. 《고양이와 할아버지》를 아이들하고 읽는다. 아이들하고 읽어도 될 만하다. 고양이 눈길이랑 할아버지 눈썰미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는데, 이 만화를 그린 분은 나이가 얼마쯤일까? 아, 나이가 어리거나 젊더라도, 또 가시내가 그렸더라도, 얼마든지 ‘할아버지 마음’을 읽어내어 따사로이 담을 만하겠지. 사내라서 ‘할머니 마음’을 못 그리지 않는다. 그리려는 마음을 먼저 세우고서 즐겁게 사랑으로 다가선다면, 가시내는 사내를 읽고 사내는 가시내를 읽으면서 온누리를 아름다이 가꾸는 빛을 새록새록 그려내겠지. 한국 만화책이나 그림책이나 글책은 아직 이 대목이 모자라다고 느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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