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책마실 : ‘책마실’을 다닌다. 둘레에서는 ‘책방 여행’이나 ‘책방 순례’나 ‘북투어’를 다닌다고 말해도, 나는 늘 ‘책마실’을 다닌다. 책을 보러 책집에 다니니 ‘책집마실’이요, 종이책이 되어 준 나무는 숲에서 짙푸르고 우람하게 살림을 지으니, ‘책숲마실’이기도 하다. ‘책집마실·책숲마실’ 같은 이름을 쓰면 이웃들은 처음에 낯설어 한다. 굳이 그런 말을 써야 하느냐고, 다들 말하듯이 ‘책방 여행·책방 순례·북투어’란 말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난 거꾸로 묻는다. “처음부터 ‘책방 여행·책방 순례·북투어’ 같은 말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그런 말조차 없었어요. 처음부터 그런 말이 있더라도 저는 저 스스로 책을 마주하고 바라보며 누리는 삶결대로 제 마음을 나타낼 이름을 지어서 써요. 저는 마실을 다니든 책을 만나러 가기에 ‘책마실’이에요. 찻집·빵집·떡집·옷집에 가듯 책이 있는 집에 가니 ‘책집’에 간다고 말해요. 책은 모름지기 숲이니까 ‘책숲’에 간다는 뜻으로, 또 온누리 모든 책집은 차분하면서 즐겁게 새로 배우는 빛으로 이룬 터전이라서 ‘책숲마실’을 간다고 말해요. 이웃님이 제 마음을 다 읽어 주지 않아도 좋아요. 그러나 남이 제 마음을 알아주거나 읽어내지 않더라도, 저는 제 마음을 제 삶말로 담아내어 적으면 되지요. 삶을 담아내니 ‘삶말’이에요. 구태여 ‘생활언어’라 할 까닭이 없어요. 아이를 사랑하니 ‘아이사랑’이에요. 숲을 아끼고 싶으니 ‘환경보호·그린·녹색’도 아닌 ‘숲사랑’이라 말해요.” 2017.4.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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