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63


《少年》 第一年 第一卷

 최창선 엮음

 新文館

 1908(隆熙 2).11.1.



  헌책집은 아름터였습니다. 갓 나온 책은 신문사 보도자료로 맨 먼저 들어갔다가, 문화부 책상맡에서 날마다 숱하게 버려집니다. 이렇게 버려진 책은 우르르 고물상·폐지수집상으로 가는데, 헌책집 일꾼이 이 가운데 알찬 아이를 건져냅니다. 오래된 책은 여러 도서관에서 먼지를 먹다가 한꺼번에 버려집니다. 이처럼 버려진 책도 헌책집 일꾼이 먼지를 옴팡 뒤집어쓰면서 알짜를 캐냅니다. 이 나라 숱한 헌책집을 돌아다니면서 ‘투박하고 시커먼 헌책집 일꾼 손’이야말로 책밭을 가꾸고 책사랑을 펴며 책꽃을 피운 별빛이네 하고 느꼈습니다. 서울 용산 헌책집 〈뿌리서점〉에서 《少年》 第一年 第一卷을 만나며 깜짝 놀랐습니다. 깜짝 놀란 저를 본 헌책집지기는 “허허, 원본 같지? 그런데 원본이 아녀. 축쇄판이야. 감쪽같지? 그런데 자네도 《소년》 창간호가 갖고 싶나? 한 십만 원만 치를 수 있으면 원본을 찾아 줄 수 있는데.” 1995년 봄에 수원병무청에서 군입대신체검사를 받는데 군의관은 저더러 “이봐, 병원 가서 10만 원짜리 진단서 떼오면 자네는 면제야. 왜 안 떼오나?” 하고 타일렀어요. 1995년에 신문배달을 하며 한 달에 16만 원을 벌었습니다. 10만 원, 참 애틋한 값입니다. 그때 10만 원을 쥘 수 있었다면 전 뭘 했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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