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9.
《문어의 영혼》
사이 몽고메리 글/최로미 옮김, 글항아리, 2017.6.16.
지난해 4월에 광주마실을 하며 장만한 《문어의 영혼》을 한참 묵혀 놓다가 이제서야 다 읽었다. 문어를 다룬 책이라 반갑게 장만했으나, 옮김말이 얼토당토않아서 한 해 가까이 안 들여다보았다. 문어는 문어일 뿐이다. 문어는 ‘그녀’가 아니다. 예전에 어느 책은 뱀장어를 뱀장어가 아닌 ‘그녀’로 옮겨서 도무지 읽어내 주기 어려웠다. 영어라면 ‘she’일 테지만, 한국말은 아닌 줄 언제쯤 알아채려나. 그런데 《문어의 영혼》은 옮김말도 얄궂지만, 글쓴이가 문어를 마음으로 읽는 대목이 너무 얕다. 문어 이야기가 아닌 곁다리로 자꾸 샌다. 문어라는 숨결을 ‘넋’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라면 문어를 마음으로 마주하고 벗으로 삼으면서 풀어내면 될 텐데, 왜 자꾸 딴길로 빠지고 말까. 아무래도 문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덜 했거나 제대로 안 했거나, ‘설마 문어가 이렇게 생각했을까?’ 하고 못미더워서 샛길놀이를 해대었지 싶다. 사람이란 눈으로만 바라본다면 문어를 알지도 읽지도 사귀지도 못한다. 이 책을 다시 훑으니, 글쓴이 목소리는 영 심심하지만, ‘수족관 사육사’ 목소리는 돋보인다. 차라리 ‘수족관 사육사’가 문어하고 붙어살면서 겪고 본 삶하고 주고받은 말로만 책을 엮었다면 좋았겠구나 싶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