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2.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노승영·박산호 글, 세종서적, 2018.8.21.
고흥에 돌아온 엊저녁, 아이들은 아버지를 기다리겠노라 했다던데, 내가 집에 닿기 앞서 바로 곯아떨어진 듯하다. 집에는 저녁 여덟 시 오십 분에 닿았으니 곯아떨어질 만하지. 짐을 풀고 부엌을 건사하고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으니 열 시 즈음 되는데, 곁님이 사흘 동안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다며 뜨개거리를 챙겨서 앉는다. 한참 사흘치 수다를 풀고 보니 날이 밝는다. 아, 수다로 밤을 샜나? 비틀비틀 자리에 눕는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은 바깥말을 옮기는 길을 가는 두 사람이 함께 썼다. 낱말 하나를 고르려고 무던히 애쓴다는 두 분일 텐데, 책이름은 왜 이렇게 붙였을까? “글을 옮기는 우리 하루”를 적은 책일 텐데, 일본사람이 익히 쓰던 ‘일일공부’ 같은 데에나 춤추는 ‘일일’ 같은 한자말을 굳이 책이름에 넣어야 했을까. ‘책이름에 책에서 반’이라고 하면서. 옮기는 쪽이나 짓는 쪽이나 엮는 쪽 모두 요새는 ‘글’이란 말을 안 쓰고 ‘텍스트’란 영어를 쓰더라. ‘글’이란 뭘까? ‘글’을 영어로 옮기면 뭘까? ‘글월·글발·글귀·글자락·글줄’이나 ‘글빛·글넋·글결·글맛’을 어떤 영어로 옮길 만할까? 마음에 심은 생각이 말로 태어나서 이야기로 흐르다가 종이에 앉는 글일 텐데.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