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 사이코 100 : 11
One (원)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

- 힘이 있으면 어디에 쓰게?



《모브사이코 100 11》

 ONE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6.5.25.



  우리한테 이름이 있다면 이 이름을 어디에 쓸 생각인가요. 우리한테 돈이 있으면 이 돈을 어디에 쓸 마음인가요. 우리한테 힘이 있을 적에는 이 힘을 어디에 쓰려고 하나요.


  이름이며 돈이며 힘은 우리 손에 들어오기 앞서 어디에 어떻게 쓰면서 스스로 어떤 하루를 지으려 하는가를 먼저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찬찬히 짚지 않고서 거머쥐려는 이름이나 돈이나 힘이 될 적에는 둘레에 얄궂은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망가진다고 느껴요.



“나 혼자라도 세계정복을 해내기로 결심했다면 하는 거다. 그 정도로 오만해질 수 있다면 세계는 이미 내 손에 있는 거나 다름없어.” (5쪽)



  우리한테 꿈이 있다면 이 꿈은 어떻게 펼까요. 우리한테 사랑이 있으면 이 사랑은 어떻게 퍼질까요. 우리한테 빛하고 어둠이 있을 적에는 이 빛하고 어둠은 어떻게 갈마들면서 흐를까요.


  즐거이 지어서 이루려는 꿈은 누구보다 스스로 즐거우면서 이웃한테도 즐거운 기운으로 나아갑니다. 기쁘게 길어올려 나누려는 사랑은 누구보다 스스로 기쁘면서 동무한테도 기쁜 눈길로 퍼져요. 그렇다면 빛하고 어둠은 어떠할까요. 환한 빛살하고 고요한 어둠은 우리 삶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까요.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공격하는 놈에게, 카케야마를 넘겨줄 수는 없어!” (53쪽)


“그건, 편할지는 몰라도, 즐겁지는 않아.” (86쪽)



  힘은 있되 이 힘을 즐겁거나 기쁘거나 슬기롭거나 사랑스럽게 꿈으로 키우는 길은 도무지 헤아리지 못하는 어른이 있다지요. 이런 어른하고 맞붙는 푸름이가 나오는 《모브사이코 100 11》(ONE/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6)를 가만히 읽으며 우리 삶터를 바라봅니다.


  대통령은 무슨 일을 하는 자리일까요. 시장이나 군수는 무슨 일을 하는 데일까요. 국회의원이나 교사는, 청소부나 우체부는 저마다 무슨 일을 하는 벼슬일까요.


  어느 곳에서 어느 일을 맡든 온마음을 기울이지 않을 적에는 엉망이나 엉터리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하찮은 일이란 없고, 대단한 일도 없습니다. 자그마한 일이 따로 없고, 커다란 일이 딱히 없습니다. 모든 일은 언제나 우리 스스로 온힘을 다하면서 마주할 뿐입니다.



“조직에 의지하던 때와는 달라. 자립하려는 의지의 힘을 가진 우리는 더 강해졌다!” (89쪽)


“아까 깨뜨린 유리문을 네가 수리할 수 있어? 당첨이 나오면 하나를 더 주는 아이디어를 초능력으로 생각해 낼 수 있어?” (111쪽)



  밥 한 그릇을 짓는 손길에 늘 사랑이 흐르도록 다스려야지요. 이 밥을 먹을 사람이 사랑을 받아들이려면 말이지요. 옷 한 벌을 짓는 손짓에 노상 사랑이 어리도록 가누어야지요. 이 옷을 두룰 사람이 사랑으로 춤추려면 말이지요. 집 한 채를 짓는 손놀림에 언제나 사랑이 깃들도록 가다듬어야지요. 이 집에서 살림할 사람이 사랑으로 하루를 누리려면 말예요.


  돈만 벌려고 하기에 돈벌레란 이름이 생깁니다. 벌레가 나쁠 일은 없지만, 벌레는 벌레요 사람은 사람인데, 아름다이 돈을 벌며 아름다이 나누는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름값이나 주먹힘이 아닌, 어깨동무하고 손잡기로 가는 길이 즐거우면서 아름답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을 믿는 수밖에 없어. 그러지 못하면, 모두 그자리에서 끝이야.” “너답구나. 하지만, 상냥함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지. 때로는 타인에게 엄격해질 필요도 있어.” (136쪽)



  이제 학교에서 두들겨패거나 막말을 일삼거나 얼차려를 시키는 짓은 거의 사라집니다. 그러나 운동경기를 하는 자리에는 아직 이런 짓이 도사립니다. 더구나 이 삶터에 군대하고 전쟁무기가 고스란히 있어요. 평화로 나아가는 평화가 아닌, 군대와 전쟁무기를 들이밀면서 ‘서로 안 싸우는 척하는 모습’만 있습니다.


  평화라는 몸짓으로 마주할 적에는 다칠 사람이 없습니다. 군대하고 전쟁무기를 들이밀면서 ‘안 싸우는 척’할 적에는 다치기 쉽고 죽기까지 합니다. 생각해 봐요. 총이나 미사일이나 폭탄이나 지뢰로 뭘 하나요? 더 쉽고 빠르게 많이 죽이려고 하는 무시무시한 것들 아닌가요. 더 센 전쟁무기하고 군대를 갖추려고 그쪽에 마음이며 힘이며 돈이며 품을 쓰는 동안 우리 삶터는 더 망가지거나 무너지거나 흔들리거나 아프거나 괴롭지 않은가요.



“세계정복을 하겠다는 의기는 어디 갔고?” “진심으로 그러는 것은 보스뿐이에요. 나는 즐겁기만 하면 뭐든 상관없거든요. 이렇게 고생하게 될 줄은 생각 못해서.” “즐거우면 상관없다, 그래서 이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친 거야? 웃기지 마.” (185∼186쪽)



  꼭두힘을 쓰는 한 사람이 온누리를 거머쥐면 누구한테 무엇이 즐거울까요. 아마 꼭두힘을 쓰는 그이 스스로조차 안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꼭두힘으로 온누리를 짓누르는 이는 머잖아 그이보다 힘센 누구한테 짓밟힐까 걱정하면서 삶을 못 누릴 테니까요.


  꼭두힘이 아닌 나눔힘이 될 적에, 착한 뚝심이 되고 숲을 돌보는 팔심이 될 적에, 또 살림을 알뜰살뜰 여미는 손힘이 될 적에, 이러한 힘은 그야말로 서로서로 힘이 나면서 새롭게 빛나리라 봅니다.


  한쪽만 웃는다면 웃음이 아닙니다. 놀리거나 괴롭히는 비웃음도 웃음이 아닙니다. 웃음이란, 꽃처럼 피어나 모두한테 곱게 퍼지는 향긋하면서 놀라운 사랑빛입니다. 웃음이란, 돈으로도 이름으로도 힘으로도 끌어당기지 못하는, 언제나 즐거운 사랑으로만 스스로 길어올리는 살림빛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