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19.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다치바나 다카시 글/이언숙 옮김, 바다출판사, 2018.8.14.
발자취를 돌아보려 한다면, 이 발자취에서 배울 대목이 있기 때문이겠지. 배울 일이 없는데 굳이 발자취를 돌아볼 까닭이 없다. 배울 곳이 없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없다. 어머니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우리 몸에 깃든 숨결을 새로 읽는다. 아버지 발자취를 헤아리면서 우리 마음에 흐르는 빛을 새삼스레 느낀다. 자동차가 지나가고 남긴 매캐한 방귀를 바라보면서 우리 앞길이며 하늘빛을 생각한다. 차츰 높아가는 해님을 올려다보면서 우리한테 대수로운 살림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를 곱씹는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을 읽다가 덮는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저희 말로 생각하기보다는 한자를 끌어들여서 생각하는 버릇이 깊이 들었는데, “자기 역사”란 “우리 삶”을 가리키고 “쓴다는 것”은 “쓰기”를 가리킨다. 말끝에 붙이는 ‘것’은 일본이 제국주의·군국주의로 치달으면서 그들 일본말을 서양말처럼 우쭐거리고 싶어서 붙이는 버릇이 고스란히 옮겨 왔지. 똑똑하다는 일본 글님은 온갖 이야기를 아우르며 책을 썼는데, 간추리자면 ‘삶쓰기’ 한 마디이다. 스스로 사는 길을 스스로 붓을 쥐어 쓰는 길이다. “삶을 쓴다”랄까. 언제나 이 하나라면 푸지다. 오늘을 살며 오늘을 살고, 오늘 되새기며 어제를 쓰며, 모레를 그린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