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33


《국민독본, 농업축산 기술강좌 2 양돈》

 편집부

 육군본부

 1961.12.30.



  1961년에 쿠테타를 일으킨 군사정권은 ‘혁명정부’란 이름을 내세웁니다. 이들은 빚에 허덕이는 시골살림에 이바지를 하겠다면서 ‘축산장려’를 밝히고, 군대에 들어온 젊은이한테 《국민독본, 농업축산 기술강좌》를 나누어 주거나 읽힙니다. 다만, 모든 군부대에 이 ‘국민독본’이 가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대대’쯤은 되어야 이런 책이 하나쯤 들어가거든요. 이 국민독본에는 지은이 이름이 없어요. 누가 썼을까요? 아무래도 일본책을 고스란히 옮겼지 싶고, 농협·혁명정부·새마을운동이 나란히 ‘일본 농업·축산업·어업’을 그대로 베껴서 퍼뜨리려 했달 만합니다. 이러면서 이 나라 오랜 흙살림은 낡았다면서 내몰렸고, 시골마다 석면(슬레트) 지붕이 올라섰으며, 고샅마다 흙길에 시멘트를 부었으며, 돌담도 시멘트블록으로 바꾸었지요. 아직까지도 이 물결이 수그러들지 않아, 요즈막에는 논둑이며 논골을 시멘트로 바꾸는 일을 ‘농어촌 개량사업’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여요. 나라에서, 또 군대에서, ‘시골일’을 북돋우려 한 대목은 반갑습니다만, 텃씨나 텃길은 등진, 위에서 찍어누르는 벼슬질이라면 살림길 아닌 주검길이 되기 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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