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21


《한글농업용어집》

 허성득 엮음

 한글학회 감수

 농촌진흥청

 1971.1.20.



  오늘 우리는 ‘농업·농사’라는 한자말을 씁니다만, 이런 한자말을 쓰면서 땅을 부친 사람은 없다시피 했습니다. 벼슬아치나 먹물은 ‘농가월령가’란 이름을 붙이며 글을 썼으나, 흙지기는 흙을 만지는 흙말로 ‘노래’를 불렀어요. 굳이 ‘흙노래·숲노래·땅노래·들노래·철노래·일노래’라 하지 않았습니다. 노래일 뿐이었어요. 일제강점기에 스며든 일본 한자말이 나라 곳곳에 퍼졌어요. 흙짓기를 하는 살림자리에도 일본 한자말이 마구 퍼졌지요. ‘농협’이란 곳에서 쓰는 말씨는 거의 다 일본 한자말이요 ‘일본 농업용어’입니다. 막상 시골 흙지기가 안 쓰는 ‘일본 농업용어’는 1945년에 해방이 되고도 도무지 바뀔 낌새가 없었는데요, 농협 벼슬아치가 되는 이들은 흙을 안 만지고 논밭을 안 일군 채 대학생이 되어 공무원으로 뽑혀서 일하니, 흙말도 숲말도 들말도 시골말도 몰랐어요. 1971년에 이르러서야 농촌진흥청에서 《한글농업용어집》을 펴냅니다. 한글학회가 이바지해서 3000 낱말을 그러모은 꾸러미인데, 여태 바로잡지 않고서 그냥 쓰는 일본 한자말이 매우 많습니다. ‘친환경·유기농·자연농·무농약·관행논’도 다 일본 말씨이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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