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16


《생물 상》

 남태경 글

 장왕사

 1952.5.30.



  한국말사전이란 책을 쓰자면 모든 곳에서 새롭게 배울 노릇입니다. 말을 담은 책인 사전에는 모든 갈래에서 다루는 갖은 말을 살펴서 추리고 가다듬어야 하거든요. 이러면서 옛책하고 새책을 나란히 헤아릴 노릇이고, 나라 안팎 책까지 두루 짚을 일입니다. 이러지 않는다면 사전은 외곬로 가거나 허술하거나 빈껍데기가 되기 좋습니다. 헌책집을 다니면서 해묵은 교과서를 끝없이 장만합니다. 지난 어느 때에 어느 갈래 교과서로 어떤 말이 흘렀는가를 읽어내어, 오늘은 어느 만큼 다듬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손볼 만한가를 엿봅니다. 《생물 상》처럼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나온 예전 교과서를 장만하자면 목돈을 써야 하는데요, 살림돈을 책에 참 많이 쏟는구나 싶으면서도 ‘그렇게 힘들거나 고된 나날에도 교과서 하나를 엮어서 새빛을 나누려던 어른이 있었네’ 하고 돌아보고, 이 교과서를 알뜰히 여기며 건사했을 푸름이 눈빛을 떠올립니다. 1920∼50년대에는 교과서 한 자락 값이 쌀 한 섬하고 맞먹었다고 들었습니다. 섣불리 만질 수도 볼 수도 펼 수도 없었다지요. 참말로 땅 팔고 쌀 팔아서 우리 앞길을 일굴 숨결을 지으려 한 발자취였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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