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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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572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2015.9.15.



사전은 지도이자 나침반이 된다 ㅣ사전이 없다면 길을 잃을지 모른다. (16쪽)


예전에는 단어의 뜻을 영어로 적었다. 이젠 이탈리아어로 적는다. 그렇게 나만의 개인적인 사전, 독서의 과정이 담겨 있는 나만의 어휘집을 만든다. (41쪽)


나는 왜 글을 쓸까? 존재의 신비를 탐구하기 위해서다. 나 자신을 견뎌내기 위해서다. 내 밖에 있는 모든 것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75쪽)


“당신 혼자 번역하는 게 좋겠어. 다른 사람이 옮기는 것보다 당신이 하는 게 좋아. 당신 뜻을 온전히 번역해내지 못할 위험이 있잖아.” (96쪽)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줌파 라히리/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2015)를 읽었다. 단출하게 나온 책이라 ‘이 책이 작기’ 때문에 ‘이 작은 책이 크다’고 말하는가 했더니 아니더라. 글쓴이는 좀 말을 질질 끌고, 여러모로 덧씌우는구나 싶던데, ‘사전이라고 하는 책’이 언제나 이녁보다 크다는 이야기를 펴더라. 그렇다면 사전은 뭘까? 그저 낱말을 줄줄이 엮어서 이 낱말을 저 낱말로 알려주는 책일까? 미국사람이 펴는 이탈리아사전은? 한국사람이 펴는 영어사전은? 오늘날 웬만한 사전은 사전이 아닌 ‘단어장’이기 일쑤이다. 낱말마다 서린 숨결이나 자취나 이야기를 안 담거나 못 담기 일쑤이다. 왜 일본을 빼고 사전을 읽는 사람이 드물까? 일본은 ‘사전 낱말풀이에 이야기를 담는 길’을 진작부터 걸었다. 그래서 일본은 아직 사전을 읽는 사람이 많다. 이와 달리 한국을 비롯한 꽤 많은 나라는 단어장 틀을 안 벗어나는 사전이 많은데, 그래도 옥스포드 사전이나 롱맨 사전처럼, 꾸준히 이야기라는 살을 입히는 사전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사전은 늘 우리가 스스로 우리 삶이라는 자취를 손수 담아서 누리면 된다. 남이 지은 사전도 좋으나, 늘 우리 사전을 우리가 스스로 지을 노릇이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라는 책은 ‘글쓴이 삶을 담은 글쓴이 사전을 글쓴이가 스스로 느껴서 비로소 찾아나서는 길’을 들려주는 셈인데, 같은 말을 너무 자주 되풀이하느라, 이 작은 책이 꽤 헐겁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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