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다! 작다! 알쏭달쏭 이분법 세상 3
장성익 지음, 이윤미 그림 / 분홍고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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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19


《크다! 작다!》

 장성익 글

 이윤미 그림

 분홍고래

 2018.11.16.



곡물 기업과 농약 기업과 종자 기업 등이 서로 힘을 모으는 식이지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종자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 먹거리의 모든 과정을 더욱 완벽하게 장악하기 위함입니다. (43쪽)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지표에는 전체 생산 활동에서 자연이 담당하는 몫이 빠져 있습니다. 또 청소·빨래 등과 같은 가사 노동,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과 같은 이른바 돌봄 노동, 농업이나 수공업 등에서 더러 보듯이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생산하는 자급 노동 ……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69쪽)


엘살바도르는 가난합니다. 성장주의 경제 논리에 따르자면 외국 자본의 투자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투자는 필요없다고 선언했습니다. (73쪽)


한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주류 집단일수록 소수자와 약자들을 뭔가 비정상적이고 열등한 사람, 잠재적으로 위험하거나 불순한 집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들이 쌓아 놓은 기득권 체제에 위협이나 걸림돌이 되리라고 판단해서지요. 하지만 세상의 거의 모든 변화는 소수자나 약자들이 기존의 주류 질서와 가치에 의문을 던지고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108쪽)



  온누리에는 큰 것도 작은 것도 없습니다. 온누리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도 적은 사람도 없습니다. 온누리에는 좋은 길도 나쁜 길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온누리는 모두 다르면서 하나인 빛이거든요.


  곰곰이 보면 옳은 길이나 그른 길이란 없습니다. 무엇이든 배우는 길입니다. 이 길로 가면서 이 삶을 배우고, 저 길을 가면서 저 삶을 배워요. 다만, 어느 길을 가든 그 길에서만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되어요. 어느 한켠으로만 가야 할 길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넋으로 저마다 다른 삶을 짓기에 어깨동무를 하는 슬기로운 마음을 찾을 노릇입니다.


  키가 크대서 힘이 더 세야 할까요? 나이가 많대서 말을 더 많이 해야 할까요? 《크다! 작다!》(장성익, 분홍고래, 2018)는 우리 삶터에 감도는 틀에 박힌 눈길이 무엇인가를 짚으려 합니다. 그래요, 틀에 박힌 눈길이지요. 틀에 박혀서는 배우지 못합니다. 틀에 박히니 쳇바퀴는 돌 줄 알지만 새로운 일이나 놀이로는 다가서지 않아요.


  생각해 보면 쉽게 알 만해요. 쳇바퀴로도 달삯을 받고, 쳇바퀴로도 먹을거리를 얻어요. 그러나 쳇바퀴를 돌면서 스스로 짓는 삶은 없어요. 늘 똑같지요. 이러다 보니 쳇바퀴질을 끝내야 하는 때인 정년퇴직을 앞두고 다들 돈을 그러모으려고 용쓰더군요. 쳇바퀴질 말고는 스스로 할 줄 아는 재주가 없으니 어떻게든 돈을 긁어모으려고 하면서 꿍셈을 키우고 뒷돈을 주고받는구나 싶어요.


  왜 서울이든 시골이든 막삽질이 안 끊어질까요? 쳇바퀴질 벼슬아치가 조금이라도 더 뒷돈을 챙기려는 뜻이잖아요. 왜 거님돌을 끝없이 갈아치울까요? 그런 짓을 해서 나라돈을 써야 벼슬아치 주머니에 뒷돈을 챙기니까요.


  모든 자리에서 틀을 깨지 않고서야 즐거울 수 없습니다. 나라지기도 벼슬아치도, 여느 어버이도 어린이도, 그리고 이러한 책을 쓰는 분도 틀을 깨야지요. 《크다! 작다!》에서 한 가지 아쉽다면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딱딱하고 어려운 말씨가 너무 많아요. 한결 부드럽게, 쉬운 말씨로, 스스로 어린이 자리에 서면서 이야기를 여미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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