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7.


《아놀드 로벨 우화》

 아놀드 로벨 글·그림/이상희 옮김, 베틀북, 2000.10.30.



작은아이도 읍내마실을 하고 싶지만 기침이 잦다. 큰아이가 따라가기로 한다. 책숲 알림종이를 문방구에서 복사한다. 내가 글자루에 이름을 적으면 큰아이가 알림종이를 척척 접어서 넣는다. 살림순이가 도우니 일찍 마친다. 알뜰한 손길인 아이하고 함께 살아가는구나 싶어 새삼스럽다. 큰아이는 오며 가며 붕어빵을 장만한다. 나는 안 먹어도 좋은데 굳이 하나를 내밀어 먹으라 한다. 집으로 챙겨 가서 어머니하고 동생한테 둘씩 나누어 주며 먹으니 또 하나 남는다며 또 더 준다. 이 손길에 흐르는 마음을 받아서 즐겁게 노래하기로 한다. 별뜰녘에 모두 자리에 누인 뒤 작은불을 켜서 《아놀드 로벨 우화》를 읽는다. 두어 해쯤 앞서 장만해 놓고 이제서야 읽는다. 아니, 스무 해 앞서 먼저 읽은 적이 있지. 그때에는 출판사 일꾼으로서 읽고 지나갔다면, 이제는 이곳에서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새로 지피려고 다시 펼친다. 그림 하나에 이야기 하나를 엮었다. 이솝 우화만큼은 아니지만 그린님 나름대로 알뜰히 빚었구나 싶다. 숲을 품으며 사는 어린이라면 이만 한 우화는 너끈히 지으리라 생각한다. 참말로 옛날에는 모든 어린이에 어버이가 이런 이야기를 지어서 나눴겠지. 숲을 멀리하면 이야기가 멀어지고, 숲을 안으면 이야기가 샘솟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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