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의 공부 - 소설가 농부가 텃밭에서 배운 작고 서툰 손의 힘
조두진 지음 / 유유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11 : 도시야말로 텃밭이 꼭 있어야


《소농의 공부》

 조두진

 유유

 2017.10.14.



내 아들은 나보다 100배 이상 돼지고기를 먹었지만, 나만큼 돼지고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기회는 없었다. (18쪽)


사람은 겨울에 수박이나 딸기를 먹지 않아도 탈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겨울에도 여름철 과일을 먹기 위해 수많은 오염원을 가동하고, 이를 비용으로 지불한다. (37쪽)


사과 재배 농가에서는 추석 대목시장을 겨냥해 사과를 출하하기 위해 성장촉진제를 살포한다. (55쪽)


농산물 유통 담당 공무원과 술자리에 마주앉아 어지간히 취한 뒤에 물었다. “진짜 전수 조사합니까?” “잔류농약 검사비용이 얼만데 전수 조사합니까? 하나하나 다 조사하면 친환경 농산물 값이 지금보다 훨씬 비싸져야 합니다.” (110쪽)


자연 속에서 성장하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과 친숙해지고, 계절을 잘 느끼고, 자연을 관찰하는 능력이 확실히 발달한다. (206쪽)



  서울에서 사는 아이라면 서울에 있는 살림을 늘 바라보고 느끼면서 잘 알아보기 마련입니다. 숲을 품고서 사는 아이라면 숲을 둘러싼 살림을 언제나 마주보고 받아들이면서 잘 알아차리기 마련이에요. 어느 아이는 날씨를 알리는 방송을 들어야 날씨를 압니다. 어느 아이는 바람을 맛보거나 읽으면서 날씨를 알아요. 어느 아이는 씽 달리는 자동차가 어느 이름인지 알고, 어느 아이는 자동차가 지나가거나 말거나 안 쳐다봅니다.


  슥 스치고 지나가는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알아보는 아이가 있다면, 살짝 나무를 스치고 지나갔는지 아닌지 못 느끼는 아이가 있어요. 꽃내음을 물씬 느끼며 알아보는 아이가 있고, 꽃내음이 나는지 안 나는지 안 쳐다보는 아이가 있어요.


  조그마한 책 《소농의 공부》(조두진, 유유, 2017)는 도시란 터전에서 살아가면서도 텃밭을 누리고 싶은 마음을 들려줍니다. 도시이기에 더더욱 텃밭이 대수롭다는 뜻을 밝히고, 도시라면 더더구나 스스로 앞장서서 곳곳에 텃밭을 돌보면서 숨통이 트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얘기해요.


  텃밭은 어떤 곳일까요? 집 곁에 있는 땅뙈기입니다. 푸성귀를 심어서 거두기도 하는 땅이자, 온갖 풀을 만나는 땅이에요. 푸성귀 아닌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땅이면서, 맨손이며 맨발로 흙을 만질 만한 땅입니다.


  서울에 공원만 있다면 심심하겠지요. 보기좋게 가꾸는 나무하고 거님길만 있는 공원에서라면 스스로 살아서 숨쉬는 노래가 흐르기 어렵겠지요. 철마다 다른 빛을 느끼고, 살림마다 새로운 풀빛을 먹는 곳이 텃밭이지 싶습니다.


  작은 책 《소농의 공부》는 도시에서 텃밭이 늘어나기를 바라면서 글쓴님 스스로 살펴서 알아낸 이야기를 찬찬히 보탭니다. 어떤 과일에 어떤 성장촉진제가 얼마나 쓰였는가를 알려줍니다. 밥상머리 살림을 지킬 공무원이 막상 ‘잔류농약 검사’를 허술하게 한다는 대목도 슬며시 곁들입니다.


  굳이 너른 땅을 누리지 않아도 되겠지요. 푸성귀를 거두는 밭 한 자락을, 아이들이 흙놀이를 할 풀밭 한 자락을, 나무그늘을 누리며 나무열매도 맛볼 한 자락을, 이웃하고 어우러져서 도란도란 수다꽃을 피우려고 걸상을 놓을 한 자락을 다같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