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18.


《시간의 목소리》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글/김현균 옮김, 후마니타스, 2011.7.25.



아이들은 집에서 고구마를 씻어서 삶는다. 나는 마을 샘터에 가서 물이끼를 걷는다. 고구마를 다 삶았다며 큰아이가 와서 “내가 거들 일 없나요?” 하고 묻다가 “어라, 아버지가 혼자 다 했네?” 하고 웃는다. “그럼, 슥슥삭삭 마쳤지.” 젖은 손발을 말리는 동안 《시간의 목소리》를 폈고, 집으로 돌아가서 더 편다. ‘하루·나날·때’하고 얽힌 삶을 조곤조곤 풀어내는 이야기는 아르헨티나 사람들 눈빛일까, 중남미라는 터전에서 피어난 꽃빛일까. 좀 수수한 말씨로, 여느 터전에서 책 한 줄 읽지 않거나 못한 채 살아온 사람들 말씨로 옮기면 어떠했으려나 하고 돌아본다. 왜 번역가나 작가는 ‘여느 사람들 말씨’를 안 쓸까? 왜 문학을 하거나 정치·경제·사회·교육·행정·과학·종교를 하는 모든 전문가는 ‘땅을 만지고 나무를 보듬으며 하늘을 마시는 사람들 말결’하고 등을 질까? 그러나 물을 까닭이 없겠지. 책을 읽은 사람은 책글을 받아들여서 새로 편다. 책을 안 읽은 사람은 흙이며 숲이며 바람을 읽고 느끼면서, 이 터전에서 자라나는 숨결을 사랑으로 품는다. “하루 목소리”를 되새긴다. 어제를, 오늘을, 모레를, 우리가 이곳에서 어우러지는 바람소리에 노랫소리를 곱씹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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