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12월 7일이라는 날 : ‘태어난 날’을 서로 기리는 줄 처음 느낀 때는 언제였을까. 잘 떠오르지 않지만, 예닐곱 살 무렵에 내가 태어난 날에 할아버지나 형이나 어머니 아버지가 같이 기뻐해 주었다는 모습이 얼핏 스치듯 지나간다. 그렇지만 ‘태어난 날’이라고 해서 딱히 대수롭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어릴 적에는 “아, 오늘만 이렇게 배불리 먹기보다는 이 엄청난 잔칫밥을 틈틈이 조금씩 나누어서 누리면 더 좋을 텐데.” 싶더라. 달력을 보면 12월 7일에 ‘대설’이라고 적힌다. 내가 어릴 적에는 달력에 으레 한자로만 적었으니 ‘大雪’이라 나왔을 텐데, 난 이날을 ‘큰눈날’이라고 읽었다. 큰눈이 내린다는 날이니까. ‘소설’은 ‘작은눈’이겠지. 가만히 따지면 큰눈날보다 추운 날이 잇달아 찾아올 텐데, 겨울에 태어난 내가 느끼기로 바로 이날 12월 7일 큰눈날부터 겨울이 저무는구나 싶더라. 큰눈날을 지나 고요밤(동지)을 넘어서면 바야흐로 새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느꼈다. 달력을 안 보더라도 날씨로, 하늘결로, 바람결로, 해결로 알아차렸다. 둘레에서는 “이제 겨울 문턱인데 무슨 겨울이 저물어 간다고 그래요?” 하고 묻지. 나는 몸으로 느낀 대로 말한다. “아, 이제 겨울이 저물어 가려고 손을 흔드는 날이 이날 큰눈날이네요.” 어린 나날을 지난 오늘 돌아본다면, 큰눈날에 이르도록 겨울 추위에 몸이 익숙해진다. 큰눈날쯤 되면 추위쯤 걱정이 없다. 바야흐로 겨울맛을 실컷 누리는 1월하고 2월이 된달까. 2000.12.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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