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책 못 팔고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1.13.)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도화초등학교에서 일하다가 풍남초등학교로 옮겨서 교감이 된 샘님이 젊은 샘님하고 책숲에 찾아오셨습니다. 고흥 풍남초등학교는 온 학년이 스물세 어린이요, 스물세 어린이가 저마다 탈 수 있는 자전거를 하나씩 마련했고, 학교에 피아노도 여덟을 갖추었답니다. 스물세 어린이가 저마다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예전에 여러 대안학교에서 했던 자전거 수업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이 ‘자전거 타기’뿐 아니라 ‘자전거 손질’도 배우고, 매무새나 도로교통법이나 여러 가지도 찬찬히 배우면 좋겠다고, 세 시간쯤 틈을 낼 수 있으면 이런 여러 가지를 기꺼이 아이들한테 들려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풍남초 샘님이 썩 반가이 듣는 눈치가 아니어서 왜 그런가 했더니, ‘우리 집 학교’를 다니는 큰아이를 풍남초 학생으로 데려가고 싶었기 때문이었군요. 아, 그런 뜻으로 찾아오셨군요. 어쩐지. 《우리말 동시 사전》도, 이런저런 어린이 우리말 이야기책도 눈여겨보지 않으시기에 살짝 아리송했는데, 그런 마음이셨군요. 제가 쓴 책을 팔아서 책숲 살림을 잇는 터라 언제나 즐겁고 신나게 책을 팔려 하지만, 오늘은 한 자락도 못 팔고, 그저 선물로 책 한 자락을 드렸습니다.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일까요? 밑지는 장사였건 아니었건, 풍남초 그곳 아이들이 모처럼 자전거를 따로따로 누릴 수 있다고 하니, 부디 그 아이들이 ‘자전거를 누리는 제대로 된 즐거운 지식’을 배워서 두고두고 마음에 품을 수 있기를 빌 뿐입니다. 샘님 두 분이 먼저 가시고서 작은아이하고 책숲에서 나오려는데, 책숲 옆마당에 또 새로운 건축쓰레기를 들이붓습니다. 멀거니 이 모습을 바라보자니, 짐차를 부리는 일꾼이 내려서 고개를 꿉벅 하더니 “미안합니다. 곧 길을 다시 낼게요.” 하고 말합니다. 이 말만 몇 판째 듣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까 풍남초 샘님은 “여기 교육청 재산이라 저렇게 함부로 부리면 불법일 텐데요?” 하는 말은 하던데, 이런 말은 하면서 막상 교육청에 대고 스스로 따지거나 바로잡도록 나서 주지는 않았습니다. 이튿날에는 ‘건축쓰레기 사이로 걸어서 지나갈 길’이 다시 날는지 두고볼 노릇입니다. 건축쓰레기가 쌓인 지 석 달이 넘어섭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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