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숲노래 우리말꽃 : ‘동반 상승’이든 ‘시너지’이든



[물어봅니다]

  샘님이 조금 앞서 이야기할 적에 ‘서로좋다’라 하셨는데, 그 말은 저희가 ‘시너지’라고 한 말을 순화한 말이 맞지요? 어떻게 그렇게 바로바로 순화하는 말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해요.


[얘기합니다]

  눈치가 빠르네요. 훌륭합니다. 그렇게 빠른 눈치라면 여러분도 얼마든지 ‘한국말 동시통역’을 할 수 있어요.


  네, 저는 ‘한국말 동시통역’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한국말 동시통역’이란 무엇인가 하면, ‘몇몇만 알아듣거나 나누는 말’을 ‘어린이나 시골 어르신도 쉽게 받아들이거나 알아듣거나 나눌 수 있는 말’로 그때그때 그자리에서 옮기는 일을 가리킵니다.


  잘 생각해 봐요. 오늘날 우리는 여러 가지 한국말을 써요. 큰 틀에서 보면 오래된 한국말이 하나 있어요. 이 오래된 한국말은 어린이하고 시골 어르신도 다 알아들을 만합니다. 둘째로, 조선이란 나라 오백 해에 걸쳐 임금과 벼슬아치하고 글쟁이가 섬기던 중국 한자말이 있어요. 셋째로, 일제강점기에 스민 일본 한자말이 있지요. 둘째하고 셋째에 걸치는 한자말은 모든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넷째로, 해방 뒤에 물결치는 영어가 있고, 번역 말씨가 있습니다. 넷째에 드는 말도 모든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지는 않습니다.


  자, 다시 생각하기로 해요. 첫째를 뺀 둘째·셋째·넷째는 ‘모든 한국사람이 아닌 몇몇 한국사람이 알아듣거나 나누는 말’이기 일쑤입니다. 푸름이 나이쯤 되면 ‘반성’이나 ‘반추’ 같은 한자말은 얼추 알아들을는지 모릅니다. ‘반성문’ 같은 글을 쓸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여덟 살 어린이한테 ‘반성’이나 ‘반추’가 쉬울까요?


  적어도 ‘뉘우치다·돌아보다’라 할 수 있고, ‘되새기다·곱씹다’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입으로 하는 말이나 손으로 쓰는 글은 언제나 이런 ‘한국말 동시통역’이에요. 몇몇 사람만 알아볼 만한 말은 쓰고 싶지 않아요. 이러다 보니 여느 한국말사전에 아직 없는 말을 늘 새로 지어서 쓰곤 해요.


 서로좋다 ← 동반 상승, 시너지, 윈윈, 일석이조, 일석다조


  제가 문득 쓴 ‘서로좋다’란 낱말은 ‘서로 좋다’처럼 띄어서 써야 맞습니다만, 입으로 말할 적에는 굳이 ‘서로 좋다’처럼 사이를 띄지 않아요. 그냥 붙여서 말하지요. ‘다좋다’나 ‘모두좋다’라 할 적에도, 글하고 말이 달라서, 말에서는 그냥 붙여서 주루룩 읊지요. 어떤가요? 푸름이 여러분 스스로 혀에 얹어서 말해 보셔요. 이 얼거리로 ‘고루좋다’나 ‘두루좋다’를 말하기도 해요. 그리고 이처럼 혀로 주루룩 붙여서 말하듯 글에서도 다다닥 붙여서 쓰곤 합니다.


  아직 이런 말을 쓰는 이웃님이 드뭅니다만, 저부터 쓰는 셈이에요. 즐겁게 쓰자는 뜻으로 입말하고 글말을 하나로 엮는 일이기도 합니다.


시너지(synergy) : 1. 분산 상태에 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서로 적응하여 통합되어 가는 과정 2. 한 집단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소모하는 에너지의 총체

synergy : 시너지 효과, 동반 상승효과. 협력 작용, 협동. 공력(共力) 작용. 공동[상승] 작용. 공동 작업

シナジ-(synergy) : 1. 시너지. 공동. 공력(共力) 작용 2. (개개의 일의 합계보다 큰 효과를 노리어 행하는) 협동 활동


  사전에 ‘시너지’란 영어가 올림말로 나옵니다. 예전에는 이 영어를 ‘동반 상승’으로 고쳐쓰라고 풀이했더군요. 요새는 풀이가 좀 바뀌어서 한자말로 고쳐쓰라는 붙임말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있지요, 한자말 ‘동반 상승’이든 영어 ‘시너지’이든 여덟 살 어린이한테는 어렵기 마찬가지요, 시골 어르신한테도 낯설 만합니다. 그래서 저는 둘 다 안 쓰기로 하면서 ‘서로좋다·다좋다·모두좋다·고루좋다·두루좋다’ 같은 말을 쓰려고 합니다.


곡물의 향기가 매치되니 시너지 효과를 내서 맛깔스런 향으로 바뀌는 거죠

→ 곡물 내음이 어우러지니 더 좋아서 맛깔스럽게 바뀌지요

→ 곡물 냄새가 만나 서로좋아서 맛깔스럽게 바뀌지요


  어느 책을 읽으니 이런 글월이 나와서 슬쩍 손질해 보았습니다. 가만히 보면 “더 좋다”도 붙여서 새말로 삼아도 되겠지요. 다만 “더욱 좋다”나 “더더욱 좋다” 꼴로도 쓸 수 있어서 이때에는 굳이 안 붙였어요. “한결 좋다”나 “새롭게 좋다”처럼 말맛을 살릴 수 있으니 “더 좋다”는 띄어서 쓰는 길이 낫지 싶어요. 비슷하면서 다른 갈래에 있는 낱말을 헤아리면서 이렇게 쓰지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바탕이라면 하나를 꼽을 만합니다. 저는 말더듬이에 혀짤배기란 몸으로 태어났어요. 어릴 적에 이 두 가지로 몹시 벅찼어요. 국민학교를 다니던 여덟 살∼열세 살 사이에 괴롭힘이나 놀림을 숱하게 받았거든요. 이러다 열 살 적에 천자문을 마을 어르신한테서 배웠고, 천자문을 떼고 교과서를 다시 보니 말더듬이에 혀짤배기가 소리내기 어려운 낱말은 모조리 한자말인 줄 깨달았어요. 이렇게 깨닫고서 스스로 익히고 살핀 끝에 이제 ‘한국말 동시통역’을 스스럼없이 합니다.


  저랑 비슷한 몸으로 태어난 푸름이가 있다면 어깨를 활짝 펴면 좋겠어요. 우리가 더듬는 말은 한국말 아닌 한자말이나 영어일 수 있습니다. 한자말이나 영어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 생각을 수수하면서 스스럼없이 나눌 적에는 말하기 쉽고 어린이하고 시골 어르신도 함께 알아들을 만한 낱말을 골라서 쓰면 좋아요. 영어를 익힐 적에는 영어를 잘 소리내도록 더 힘을 내면 되겠지요. 영국이나 미국에도 틀림없이 혀짤배기에 말더듬이가 있을 테니, 그 나라 그 사람은 어떻게 어떤 낱말을 골라서 소리를 내려나 하고 헤아려 보면서 기운을 내고 애쓰면 다 된다고 느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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