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22.


《중독자》

 박남준 글, 펄북스, 2015.8.1.



읍내로 우체국을 다녀오는 길에 여러 이웃을 만난다. 갑자기 만난 터라 새로 노래꽃을 쓰지는 못하고, 그동안 써서 아이들하고 나눈 노래꽃 가운데 하나씩 골라서 쪽종이에 옮겨적은 다음에 건넨다. 나로서는 이름쪽이 내 얼굴이 아니요, 쪽종이에 연필로 적어서 건네는 노래꽃 열여섯 줄이 내 얼굴인 셈이다. 고흥읍에서 만난 이웃님은 엊그제 순천마실을 다녀오며 두툼한 《한국시 대전집》이란 책을 재미있게 장만했다면서, 이 두툼하고 깨알같은 책을 아무 데나 펼치며 한 자락을 읽으시는데, 마침 김남주 님 시를 고르셨네. 그야말로 핏물을 하나하나 아로새기듯 쓴 시 한 줄이란 얼마나 놀라운지 모른다. 문득 돌아본다. 김남주 님을 ‘혁명시인’이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이녁은 혁명시인이 아니라 ‘노래님’이리라고, 무엇보다 ‘삶노래님’이지 싶다. 삶에서 물러나지 않고, 삶에서 더없이 깊은 불꽃같은 사랑을 보며 노래한 님이리라. 박남준 님 시집 《중독자》를 읽다가 꽤 심심했는데, 김남주 님을 만나서 말을 섞고 막걸리를 마신 이야기가 있어 이 시 하나를 오래도록 자꾸 되읽으면서 그날 그곳 모습을 그려 보았다. 이러다가 새로 느낀다. 김남주 님은 ‘꽃노래님’일 수 있다고. 꽃 한 송이 피우려고 불타오른 노래님이리라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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