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2.


《수상한 해적선의 등장》

 구도 노리코 글·그림/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9.4.25.



서울마실을 하며 《수상한 해적선의 등장》을 장만한 지 어느덧 열흘쯤 흐른다. 재미나게 읽기는 했으나 옮김말이 매우 엉성해서 책에 적힌 글자락을 모조리 뜯어고치다가 그만두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들한테 읽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이야기를 지어서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길이 훨씬 낫겠다. 어린이책을 쓰든 옮기든, 왜 어린이 눈높이나 마음자리를 살피지 않을까? 왜 어른끼리 익숙한 말씨를 그대로 어린이책에 써 버릴까? 그렇게 아이가 하찮게 보일까? 어린이책에 ‘인문사회학 용어’라면서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를 잔뜩 쓰는 분들을 보면, 참으로 어린이를 아낄 줄 모를 뿐 아니라, 어린이를 깔보는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쓰는 말부터 못 알아들어’서 이야기는 아예 듣지 못하는데, 이런 굴레질은 멈추지 않는다. 돌개바람이 시원하다. 비가 마치 바늘처럼 꽂힌다. 옷을 훌러덩 벗고 마당에 선다. 앞이 안 보이도록 비가 퍼부으니 집 밖으로 나오는 사람도 없을 테고, 난 알몸으로 비맞이춤을 누린다. 작은아이가 아버지를 힐끔 보더니 가벼운 차림새로 마당에 나와서 빗물놀이를 즐긴다. 한참 돌개바람하고 이야기한다. 돌개바람이 이 땅에 찾아온 뜻이며 까닭을 듣고, 먼바다에서 겪은 나날을 들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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