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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 - 종교, 차별, 여성, 법으로 살펴본 혐오 이야기 ㅣ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2
김진호 외 지음, 인권연대 기획 / 철수와영희 / 2019년 7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청소년 학대”인 대학입시를 그칠 수 있을까
《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
인권연대 기획
김진호·이찬수·김홍미리·박미숙 글
철수와영희
2019.7.30.
무한 경쟁 사회에서 맨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그러면서 자기도 또 누군가를 혐오하는 악순환. 저는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주의의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45쪽)
어떤 어버이도 아이한테 “남을 미워하라”고 가르치지는 않으리라 생각해요. 절집이나 학교에서도 그렇겠지요? 그런데 나라에서는 어느 나라를 대놓고 “그 나라를 미워하라” 하고 부추기기도 합니다.
어떤 어버이도 아이더러 “너 스스로를 미워하라”고 가르치지는 않으리라 생각해요. 절집도 학교도 그렇겠지요? 그러나 가만히 보면, 입시 지옥이라는 굴레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 나라에서는 아이가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성적이 떨어진다 싶으면 다그쳐요. 떨어진 점수를 높이라고, 높여 놓은 점수를 그대로 이어가라고 닦달을 하고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켜요.
기존 질서가 유지되어 나갈 때 그와 함께 유지되고 강화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권력이에요. 거룩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분리해 나갈 때 거룩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긍정되고, 정치적 차원에서 얘기하면 그 정점에 있는 권력이 정당화됩니다. (75쪽)
“이웃을 사랑하자” 하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어른이나 어버이라도 틀림없이 이 말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자” 하고도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가 자꾸 흔들리지 싶습니다. 이웃을 사랑하기보다는 남을 미워하는 길로 휩쓸려요.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깎아내리는 길로 휘둘려요.
우리는 왜 자꾸 남도 미워하고 우리 스스로도 미워할까요? 인권연대에서 꾀한 이야기밭에서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이 이야기를 갈무리해서 《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를 엮었다고 합니다. 어려운 한자말로 ‘혐오’란 이름을 붙였습니다만, 이 한자말은 ‘미움·미움질’을 가리켜요.
요즘 입시는 거의 청소년 학대 수준이잖아요. 그 안에서 성장한 친구들은 예외 없이 상처를 받습니다. 청년 대상의 강의를 하면서 느낀 점입니다만, 소위 잘나가는 대학의 학생들은 똑똑하지만 자기 검열이 심해요. 교수 눈치를 심하게 봅니다.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찾아볼 수가 없지요. (49쪽)
아마 다들 알지 않을까요? 대학입시가 ‘입시지옥’인 줄을. 여느 자리에서는 누구라도 ‘입시지옥’이라 말하지만, 아이들이 고등학교 수험생이 되거나 재수생 자리에 서면 슬그머니 ‘대학입시’라고만 말하면서, 이 입시 싸움터에서 ‘우리 아이만 살아남기’를 바라면서 아이들을 닦달하거나 다그치지는 않는가요?
이제는 미움질을 멈출 때이지 싶어요. 싸움질도 그칠 때이지 싶어요. 《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에서도 짚는 대목입니다만, 참말로 대학입시는 “청소년 학대”라는 대목을 제대로 바라보고서 받아들여야지 싶습니다. 청소년뿐 아니라 어린이도 일찌감치 괴롭히는(학대) 짓인 줄 똑똑히 마주하면서 받아들여야지 싶어요.
여성은 늘 변함없이 노동을 해왔습니다. 일을 하지만 ‘일’이라고 불리지 않았죠. 가사 노동이 대표적입니다. (112쪽)
우리 삶터 어른들이 저지르는 이 미움질하고 싸움질을 끝내지 않는다면,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하고 이웃 아이들이 다같이 괴로워요. 더 높은 점수로 더 나은 대학교로 보내어 더 높은 일삯을 거머쥐도록 내모는 길이 아니라,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즐겁게 꿈을 키우면서 배울 수 있는 터전으로 키를 돌려야지 싶어요. 같은 배를 타고 바다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어른들이 키를 돌려야지요. 지옥이 아닌 기쁨누리로, 싸움이 아닌 아름누리로, 미움이 아닌 사랑누리로, 다부지게 마음을 먹고서 키를 돌릴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하나씩 돌아봐요.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돈을 안 내는 사람 있나요? 세탁소에 옷을 맡긴 뒤에 돈을 안 치르는 사람 있나요? 호텔에 묵고서 돈을 안 내고 나올 수 있나요? 그런데 왜 집에서는 ‘어머니·곁님(여성)’이란 자리를 ‘막노동 무임금’이 되도록 오랫동안 내몰았을까요?
같이 일하고 같이 쉬면 모두 풀려요. 같이 살림하고 같이 누리면 모두 사랑스럽습니다. 이 나라에 떠도는 미움질(혐오)이라는 허깨비를 바로 여느 살림집부터 내쫓을 노릇이지 싶습니다. 하나씩 치우기를 바랍니다. 미움질 아닌 사랑손으로 거듭나기를 빕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