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왕따들 - 민주노동당 여성지방의원 9인의 이야기
권은정 지음, 김윤섭 사진 / 이매진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 책이름 : 아름다운 왕따들
- 글 : 권은정 / 사진 : 김윤섭
- 펴낸곳 : 이매진(2006.2.20.)
- 책값 : 1만 원


 지난 5월 3일에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이날 〈시민사회신문〉이 새로 세상에 나오는 날이라고 해서, 초대를 받고 함께했습니다. 예전에 〈시민의 신문〉으로 나오던 시민단체 연합신문이었는데, 이형모 대표가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뒤 온갖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끝내 〈시민의 신문〉은 문을 닫게 되고, 이곳 기자들이 다시 힘을 모아 새 이름으로 새 신문을 내게 되었어요.


― 저는 자주 생각합니다. 정치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요. 저기 어디 높으신 분들이 하는 게 아니지요. 사회적 약자이며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의 힘, 그게 모여 정치적인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저는 늘 명심하고 있습니다. (박주미 의원 / 35쪽)


 새 신문이 나오는 자리를 빛내 줄 바깥손님이 퍽 많았습니다.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국회의원과 무슨무슨 단체 우두머리가 많이 보입니다. 이분들은 따로 단 위로 올라와서 축하말이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축하말과 여러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문득, ‘저이들은 〈시민의 신문〉이 힘들어하고 있을 때 무엇을 했나?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와서 축하한다고 읊는 이야기는 얼마나 마음속 깊은 데에서 우러나올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이름을 알리려고, 얼굴을 내밀려고 이런 자리에 오지 않았을까요. 자기 축하말을 하고는 조금 뒤에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검은 양복 중년 사내’들. 이들은 저마다 여러 가지 단체에서 우두머리로 이름쪽을 내밀기도 합니다. 그래, 이들한테는 얼굴 내밀고 악수하고 후원금 얼마 내는 일이 ‘돕는 일’일 테지.


― 사람들은 앞에다 대고 싫은 소리 잘 안 하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의원의 임무가 뭐예요? 집행부에 대해서 쓴소리하라는 게 의원의 임무 아닌가요? (윤난실 의원 / 39쪽)


 축하잔치가 마무리될 무렵, 기념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이때까지 남은 사람은 1/10쯤? 아니 이보다 적은 숫자? 시민단체 목소리를 아우르고, 우리 사회가 한결 올바른 쪽으로 굴러가도록 하자는 〈시민사회신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축하잔치에 와야 할 사람은 다름아닌 ‘보통 시민사회 단체’ 간사와 활동가와 회원이어야지 싶은데. 시민사회 단체 대표나 총무 같은 사람이 와서 얼굴 알리기와 악수하기만 하지 말고, 정작 현장에서 발로 뛰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어떻게 하면 서로 더 어깨동무를 하며 힘차고 꿋꿋하게 싸워 나가면 좋을까를 이야기해야 알맞지 싶은데.

 하긴, 이러니까 이형모라는 옛 대표는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고도 미안하다는 말이 없이 ‘피해자인 시민단체 여성이 돈을 달라고 해서 돈을 주었다. 그러면 이 일은 다 끝난 것 아니냐?’면서 큰소리를 치겠지요. 그러면서 이 사건을 기사로 다룬 옛 〈시민의 신문〉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난리법석을 피웠을 테며, 이런 사건을 놓고 ‘굵직굵직한 사회명망가와 원로’ 들은 입을 다물었겠지요.


― 울산시에 사는 시각장애 아동들이 맹학교에 다니기 위해 부산이나 대구까지 가서 교육을 받습니다. 이들 가족은 아이 때문에 온 가족이 헤어져 사는 이산가족입니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현실입니까! 울산광역시에 맹학교 하나 없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우리가 보기엔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이 작은 것을 해결하면 삶의 기본조건이 해결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무엇이 가장 우선순위에 들어가야 할 사안인지 잘 살펴보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홍정련 의원 / 68쪽)


 새로 태어나는 〈시민사회신문〉에서 앞으로 무게를 두어 다루거나 살필 대목으로 ‘대통령선거’가 1번으로 들어갑니다. 대통령을 누구로 뽑느냐는 앞으로 다섯 해 동안 이 나라 살림살이가 어떻게 달라지느냐를 판가름하는 만큼 참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느낍니다. 대통령을 누구로 뽑든 그다지 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대통령으로 뽑히든 허튼 짓을 못하게’ 하고, ‘어떤 정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히든 깨끗하고 올바른 생각으로 알차게 일하게’ 할 수 있는 여론매체, 진보 목소리, 〈시민사회신문〉이어야지 싶어요. 시민운동이라면, 또 사회운동이라면 이렇게 나아갈 때 비로소 더 많은 사람과 어우러지며 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래 피하지 않겠다. 시대가 요구하는 운동이 내게로 왔다. 하고 싶은 운동만 한다면 그게 운동이겠느냐. (김민아 의원 / 146쪽)


 민주노동당 여성지방의원 아홉 사람을 만나본 이야기를 묶은 《아름다운 왕따들》을 읽고 있습니다. 이들은 몇 안 되는 목소리이며 한 줌밖에 안 되는 목소리입니다만, 자기가 몸담은 정당이나 지역의원임을 떠나서, ‘아름답고 곧은 길로 가려는 생각으로 땀흘려 움직이는’ 사람들입니다. 〈시민사회신문〉도 이런 길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하게 살필 대목은 ‘어떤 현안이나 사건’보다 ‘어떤 현안이나 사건을 움직이거나 이런 현안과 사건이 뿌리내린 밑바닥’일 테니까요. (4340.5.6.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