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꽃으로

― 전남 순천 〈골목책방 서성이다〉

전남 순천시 향교길 39

061.751.1237.

https://www.instagram.com/walking_with_book



  책을 만나러 가는 마음은 무엇일까요. 책상맡뿐 아니라 우리 집이며 책숲에 갖은 책을 아름드리로 쌓아 놓고서도 새로운 책을 살피러 마실을 가는 마음이란 참말로 무엇일까요. 큰아이가 아버지하고 책마실길을 함께합니다. 두 아이는 한동안 시외버스에서 책읽기를 했으나, 이제는 털털거리고 흔들거리는 버스에서 어지럽다며 책을 더 안 읽습니다. 요새는 그림그리기를 하거나 노래듣기를 하며 창밖을 멀거니 바라봅니다. 속말로 묻습니다. ‘우리가 스쳐서 지나가는 나무를 보니?’ ‘우리가 스쳐서 마주하는 구름을 보니?’ ‘이 버스에서 바람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니?’


  시외버스는 순천 버스나루에 닿습니다. 순천 시내버스로 갈아타서 중앙시장에서 내립니다. 천천히 거닐지만 골목길을 오가는 자동차는 으레 있습니다. 골목에는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아니 자동차를 끌고서 골목으로 치고 들어가는 생각을 아예 못하게끔, 자동차 면허를 줄 적에 제대로 가르치고 몸에 익히도록 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자동차 짐칸에는 접이수레를 놓고서, 짐을 나르거나 옮길 적에 수레에 놓고 손수 천천히 걸어서 오가도록 가르칠 노릇이라고 느껴요. 접이자전거를 짐칸에 싣고서 움직여도 되겠지요. 이렇게 해야 비로소 골목이며 마을을 ‘사람이 누리’고 아이들이 마음껏 빈터로 삼아서 놀이마당을 꾸릴 테지요.


  골목에 깃든 〈골목책방 서성이다〉에 닿습니다. 오월이지만 모처럼 긴 한벌치마를 입어 보았습니다. 살짝 덥습니다. 긴 한벌치마는 늦가을하고 한겨울에 입자고 생각합니다. 책집을 둘러싼 마을에 흐르는 푸릇푸릇한 기운이며 상큼상큼한 바람을 느낍니다. 《여행하는 말들》(다와다 요코/유라주 옮김, 돌베개, 2018)이란 책을 여민 이웃은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를 엮었을까요. 겉모습은 일본사람이되, 일본을 벗어나 유럽 여러 나라를 넘나들면서 ‘일본말 아닌 서양말로 문학을 한다’는 이이를 일본문학이나 유럽문학에서는 어떻게 바라볼 만할까요. 일본글로 적지 않았으니 일본문학이 아닌 셈일까요. 독일글을 쓰면 독일문학일까요. 이도 저도 거추장스러우니 ‘문학’이라고만, ‘글’이라고만 하면 될까요.


  만화책 《카페에서 커피를》(요코이 에미/강소정 옮김, 애니북스, 2019)을 집습니다. 첫머리는 살짝 산뜻하다 싶더니 어느새 기운이 스르르 식습니다. 따뜻하게 끓이는 물을 받아들이거나 나누는 마음을 그릴 적에는 조금 더 따스하거나 포근하게 다가선다면 좋겠어요. 뜨거운 물을 들이켜는 사람이 있을까요? 뜨거운 물을 왈칵 목구멍에 털어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만화이든 글이든 사진이든 모두 같겠지요. 한 걸음씩 나아갈 뿐입니다.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마을책집 이름을 붙여서 선보이는 ‘북클럽문학동네 보람’은 마을이나 책집하고 얼마나 어울릴까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 벌 장만하기로 합니다. 틀림없이 마을책집을 헤아리려는 뜻으로 전국 여러 마을책집마다 이런 보람을 찍어서 한켠에 놓았겠지요.


  오월에 이른 마을책집 한쪽에 토끼풀꽃이 소담스레 있습니다. 토끼풀꽃은 토끼도 반길 테지만 아이들도 반깁니다. 놀잇감이 되어 주기도 하고, 나물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토끼풀이 가득한 풀밭은 싱그러운 풀자리가 되어 뒹굴기에 좋아요.


  큰아이가 그림 한 자락을 책집에 남겨 놓습니다. 아버지는 동시를 써서 남기고, 큰아이는 그림을 빚어서 남깁니다. 책집은 책에 깃든 이야기를 징검다리로 이으면서 이곳을 드나들거나 이 곁을 스쳐서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철마다 다른 바람결을 슬쩍 남기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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