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
존 J. 롤랜즈 지음, 헨리 B. 케인 그림, 홍한별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
- 글쓴이 : 존 J.롤랜즈
- 그린이 : 헨리 B.케인
- 옮긴이 : 홍한별
- 펴낸곳 : 갈라파고스(2006.9.11.)
- 책값 : 12000원

 
― 자작나무 꼭대기가 푸른 하늘에 깃털 모양으로 피어나는 건 오직 5월에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144쪽)


 시골집을 떠나 도시로 왔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살림을 꾸리니 짐을 풀고 둘레 삶터에 몸을 붙이느라 바쁘고 힘듭니다. 그래도 어릴 적부터 살던 고향이라 한결 홀가분하고 보는 골목과 사람마다 반갑습니다. 그동안 달라진 모습, 아직까지 고이 남은 모습이 한데 어우러집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해가 길어짐을 느끼고, 날씨가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그러나 인천에 온 지 꼭 보름이 되는 오늘까지, 맑은 햇살을 한 번도 못 보았습니다. 늘 날이 우중충합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에도 파란 하늘 보기 어렵습니다. 문득, 서울은 인천보다 더 지저분하면 지저분하지, 깨끗하지 않을 테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더구나 부산이나 대구나 대전이라고 해서 한결 나을 구석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얼마 앞서까지 지낸 충주 시골집에서도 비슷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시골집에서 바라보는 자연과 하늘과 물도 더러워졌습니다. 도시로 나오니 끔찍함이 더 크군요.

 봄은 틀림없이 봄이고, 머잖아 여름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지금이 봄임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건 무엇일까요. 사람들 옷차림? 가게에서 내놓고 파는 새봄맞이 물건들?

 새벽바람에서도, 아침햇살에서도, 낮이나 저녁 공기에서도, 또 저녁 해거름에서도 시간흐름을 못 느끼겠습니다. 거리마다 환한 등불 때문에 별을 못 보기도 하지만, 하늘엔 워낙 먼지띠가 짙어서 달빛마저도 뿌옇습니다. 이런 하늘을 머리에 진 채, 내려다보는 땅은 시커먼 아스팔트나 잿빛 시멘트. 싱싱한 흙 한 줌, 흙에서 자라나는 푸른 풀과 꽃과 나무, 풀숲에서 살아가는 뭇 목숨붙이는 만날 길 없습니다. 인천 앞바다에서 물고기를 못 잡게 된 지는 한참 되었고, 하늘을 나는 새 또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늘어나는 것은 오로지 자동차와 아파트와 높은 잿빛 건물들. 이런 곳에서 한 해 삼백예순닷새를 보내는 우리들은 5월 1일을, 7월 1일을, 또 12월 1일을, 3월 1일을 어떻게 느낄까요. 무엇이 다르다고 느낄까요. 봄이고 겨울이고 ‘돈만 내면 봄나물을 먹을’ 수 있습니다. ‘값만 치르면 여름열매도 먹을’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 몸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바뀌는 몸에 따라 마음은 어찌 되었을까요.


― 문명세계에 사는 주부들의 기준에서 보면, 인디언들의 천막집이 아주 깔끔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인디언 여인들이 자연에서 얻은 모든 자원을 이용해 거처를 만들고 식량을 구하는 솜씨를 보면, 도시 아낙네들의 입이 떡 벌어질 것이다. (39쪽)


 지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돈을 버는 몇 가지 솜씨’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밤일 즐기기? 자동차 몰기? 인터넷 검색? 텔레비전 광고 줄줄이 꿰기? (4340.5.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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