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꽃



 내가 바라는 말을 찾기


[물어봅니다]

  이 책에서 짚어본 여러 말은 대부분 겹말이었습니다. 또는 “생각 없이 던진 말”같이 아예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습니다. 이러한 말을 손질하자는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말이 있으면 굳이 한자말이나 서양말을 쓰지 말고 그 우리말을 쓰자는 생각도 나누고 있습니다. 이를 놓고 만약에 사람들이, 맞지 않는 표현도 아닌데 서양말이든 한자말이든 내가 원하는 말을 골라써도 되지 않냐며 굳이 우리말을 써야 하는 까닭을 묻는다면 저는 어떤 말로 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얘기합니다]

  먼저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굳이 우리말을 써야 하는 까닭”을 묻는 그분들을 설득하지 말아 주셔요. 아마 설득이 안 되고, 논쟁이나 토론만 되지 않을까요? 저는 이웃님을 ‘설득’하려고 사전을 쓰지 않습니다. 사전을 쓰는 길에 보기글이며 밑글을 잔뜩 헤아려야 하는데, 이러면서 ‘새롭게 생각을 밝혀서 쓰기’를 함께 살핍니다. 이를 다른 분들은 ‘글손질’로 바라봅니다만, 저는 글손질을 하지 않아요. ‘나라면 이 글에 담은 줄거리를 이렇게 말을 하겠다’는 뜻을 새롭게 밝히는 셈입니다. 보기를 들게요.


칼로 썰어 만드는 칼국수 (보기글 ㉠)

→ 칼로 썰어 끓이는 칼국수

→ 칼로 썰어 먹는 칼국수

→ 칼로 썰어서 하는 칼국수

→ 칼로 써는 국수


  저는 칼국수를 ‘끓여’서 먹습니다. 저는 칼국수를 ‘만들’지 않아요. 그러나 참 많은 분들은 영어 ‘make’를 한국말에 끼워넣어 “국수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은 이 말씨를 스스로 못 고치더군요. 스스로 길들었거든요.


  제대로 말하자면, 국수는 ‘삶’습니다. 삶는 모습은 ‘끓이기’하고 비슷하니 “국수를 끓여서 먹는다”처럼 말할 수 있어요. 밥을 ‘짓다·하다’로 말하니 “칼로 썰어서 하는 칼국수”처럼 말해도 되겠지요. 다른 보기를 들게요.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요소인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보기글 ㉡)

→ 사람이 살며 꼭 곁에 둘 세 가지인 옷밥집 가운데

→ 사람이 꼭 갖추며 살아가는 세 가지 옷밥집 가운데

→ 사람이 살자면 갖출 세 가지 옷밥집 가운데

→ 사람이 갖추며 사는 옷밥집 가운데


  보기글 ㉡을 네 가지로 새롭게 써 봅니다. 손질하지 않아요. 저라면 이러한 줄거리를 이처럼 새로 쓰겠다는 뜻일 뿐입니다. 보기글 ㉡을 잘 보면 ‘필요’하고 ‘요소’란 한자말이 나오는데, 두 한자말은 ‘요(要)’라는 한자가 나란히 깃들어요. 보기글 ㉡은 겹말인 셈이지요. 보기글 ㉡을 쓰신 분은 ‘의식주’라고만 하지 않고 한자로 ‘衣食住’를 달았어요. 저는 이 말씨를 ‘옷밥집’으로 적어 봅니다. ‘옷밥집’으로 적으면 다섯 살 어린이도 알아볼 테니까요.


  이제 물음말을 생각할게요. 우리가 스스로 생각을 깊고 넓게 한다면, 생각도 깊고 넓게 나타낼 테고, 생각을 담은 말이나 글도 깊고 넓게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이때에 볼 대목은 ‘깊거나 넓게 생각을 담은 말이나 글’은 영어인가 한자말인가 일본말인가 독일말인가 프랑스말인가, 아니면 한국말인가라 할 수 있어요.


  “우리말(한국말)이 있으니 굳이 우리말 아닌 영어나 한자말을 안 쓴다”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면서 스스로 즐거울 뿐 아니라, 이웃하고 한결 즐겁고 상냥하게 어우러지는 길을 살피면서 ‘한국말을 더욱 깊고 넓게 살펴서 쓰는 말결’을 돌아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우리말(한국말)을 쓰려고는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이야기하겠어요. 우리 생각을 마음에 슬기롭게 담아서 글이나 말로 사랑스레 펼칠 수 있도록 ‘우리말(한국말)을 한결 깊고 넓게 보듬으며 생각을 펴자’고 이야기하겠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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