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우리말 이야기꽃



어떻게 새말을 지어요?


[물어봅니다] 숲노래 님은 날마다 글을 대단히 많이 쓰시는 줄 압니다. 그렇게 많이 쓰는 글을 보면 처음 보는 낱말이 꽤 많아요. 그런데 처음 보는 낱말이지만 어쩐지 어렵지 않고 무엇을 가리키는지 바로 알겠어요. 사전에도 없는 그런 새로운 말을 어떻게 날마다 그렇게 지을 수 있는지 궁금해요.


[이야기합니다] 저는 제가 글을 이렇게 날마다 엄청나게 많이 쓰는 사람이 될 줄 몰랐습니다. 게다가 글을 많이 쓴다는 생각조차 못했어요. 어느 날 문득 둘레에서 “글을 참 날마다 부지런히 안 지치고 잘도 쓰시네.” 하고 이야기해서 깨닫곤 합니다. 제 글쓰기부터 말하자면, 저는 스스로도 모르는 채 글을 날마다 잔뜩 쓰며 살았는데요, 이 글쓰기는 오롯이 사전쓰기였더군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국어사전이란 책을 두 벌을 통째로 다 읽고서 “국어사전이 뭐 이 따위로 엉터리야? 이 따위 국어사전이라면 차라리 내가 새로 쓰겠다!” 하고 한 마디를 뱉었어요. 국어사전을 두 벌 통째로 읽은 느낌을 이렇게 스스로 터뜨린 그날부터 글쓰기를 한 셈인데요, 그 글쓰기가 사전쓰기인 줄 알아차린 때는 2014년 즈음입니다. 참 무디지요? 늘 사전쓰기를 한 주제에, 참말로 그즈음까지는 제가 사전쓰기를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답니다.

 

 책숲 = 책 + 숲 : 책으로 이룬 숲

 책마루 = 책 + 마루 : 책으로 이룬 마루

 책칸 = 책 + 칸 : 책으로 이룬 칸


  세 낱말을 적어 봅니다. 이 세 낱말은 다른 사전에 아직 없습니다. ‘숲노래 사전’에만 실은 낱말입니다. 아무튼 먼저 짜임새하고 뜻을 밝혀 보았는데요, ‘책숲·책마루·책칸’이란 세 낱말은 무엇을 가리키는지 가만히 어림해 보시고, 다음에 적을 낱말하고 맞대어 보면 좋겠어요.


 책숲(책숲집) ← 도서관, 라이브러리, 책문화, 책세계, 책세상

 책마루 ← 서재, 독서실

 책칸 ← 서재, 도서실


  영국에 셰익스피어란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글을 무척 많이 쓰신 이웃님인데, 이분은 글을 쓰면서 새말을 아주 많이 지었다더군요. 이녁 생각이나 마음을 나타내려고 할 적에 ‘예전부터 사람들이 쓰던 말’로는 어쩐지 모자라거나 안 맞는구나 싶으면 그때그때 새말을 지었다더군요.


  제 글쓰기나 사전쓰기란 셰익스피어가 걷던 길하고 닮습니다. 사람들이 그냥그냥 쓰는 낱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느끼면 그때그때 제 나름대로 새롭게 말을 엮거나 지어요.


  흔히들 ‘텃세’라고 그냥 쓰지만, 저는 ‘텃힘’으로 고쳐서 씁니다. 다들 ‘육식동물·초식동물’이라고 그냥 쓰더라도, 저는 ‘고기짐승·고기먹이짐승·고기잡이짐승’하고 ‘풀짐승·풀먹이짐승·풀뜯이짐승’처럼 고쳐서, 아니 새로 말을 지어서 쓰고요.


  저는 ‘시인’이라 안 하고 ‘시쓴이·시쓴님’을 섞어서 쓰고, 때로는 ‘노래님’이라고도 씁니다. 어제 큰아이하고 읍내에 저자마실을 다녀오는데, 큰아이가 ‘쥐치포’라 적힌 이름을 보더니 “아버지, ‘포’가 뭐예요?” 하고 물어요. 속으로 생각했지요. 아하, ‘포’는 어린이가 모를 만하겠네, 하고. “납작한 것을 가리키는 한자가 ‘포’야. 그러니까 ‘납작쥐치’네. ‘납작오징어’이고.”


  이제 ‘책숲·책마루·책칸’을 이야기할게요. 둘레에서 저더러 ‘도서관’하고 ‘서재’란 곳을 가리키는 새말을 지어서 쓰면 좋겠다고 꽤 자주 물었지요. 예전에는 ‘도서관·서재·도서실’ 같은 말을 그냥 쓰다가, 이태를 생각한 끝에 제 나름대로 새말을 짓고 엮고 추슬렀어요. 그래서 요새는 ‘책마루숲’ 같은 말까지 지었습니다. ‘책마루숲 ← 서재도서관’이랍니다. 스스로 새롭게 생각하고 싶다면 누구나 새말을 그때그때 즐겁게 지을 수 있어요. 남이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 스스로 길을 즐겁게 열겠다는 마음이라면 늘 넉넉히 새말꽃을 피운다고 느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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