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25.
《흰 토끼와 검은 토끼》
가스 윌리엄스 글·그림/강성자 옮김, 다산기획, 1994.7.10.
상냥한 아이들은 얼마나 상냥할까. 사나운 아이들은 얼마나 사나울까. 그저 상냥하다고 여기니 참으로 상냥한지 모른다. 그저 사납다고 보니 자꾸자꾸 사나운지 모른다. 문득 멈추고 바라본다. 우리가 바라보거나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나? 우리가 꿈꾸거나 생각하는 대로 달라지지 않나? “저 아이는 늘 그렇더라”라는 말을 잇달아 하면서 “저 아이는 그저 그렇기를 바라는 마음”을 씨앗으로 심은 셈 아닐까? 《흰 토끼와 검은 토끼》를 가만히 읽는다. 참 오래된 그림책이다. 우리 책마루숲에는 해묵은 영어판도 있고, 다산기획에서 옮긴 한글판도 있다. 예전에는 그냥그냥 읽었는데 되읽다가 아하 하고 깨닫는다. 검은 토끼가 혼자 끙끙거리다가 슬며시 내뱉은 말을 들은 흰 토끼는 ‘다시’ 말해 달라 하고, 검은 토끼는 이 말을 듣고는 몸짓을 가다듬어서 ‘새로’ 말한다. 아주 반듯하게, 눈을 똑바로 보면서 고요한 기쁨이 서린 목소리로 곱게 말한다. 그래, 그렇지. 모든 꿈은 이렇게 똑바로 보면서 고요한 기쁨이 서린 목소리로 곱게 말할 적에 이루지. 되거나 말거나 같은 생각이라면 못 이룬다. 꿍꿍셈으로도 못 이룬다. 맑고 밝은 넋으로 추스른 몸짓으로 씩씩하게, 다부지게, 하늘님 같은 노랫가락으로 생각을 심어야 뜻을 이룬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