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평화가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7
배성호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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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조국 아저씨’, 이 책을 같이 읽어요



《선생님, 평화가 뭐예요?》

 배성호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9.6.25.



영어 단어 ‘peace’의 어원이기도 한 pax는 힘이나 군사력을 써서 지키는 평화를 뜻하기도 해요. 이런 평화는 위험할 수도 있어요. 힘으로 이룩한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16쪽)



  흔히들 어린이책은 ‘어린이만 읽는 책’으로 잘못 압니다. 그러나 어린이책은 ‘어린이부터 읽는 책’입니다. 저도 어릴 적부터 이렇게 느꼈고, 이처럼 느끼는 이웃님들이 오랫동안 이 뜻을 널리 밝히기도 했으며, 요새는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을 놓고서 ‘0살부터 100살까지 읽는 책’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도 합니다.


  자, 그래서 저는 2019년 늦여름을 떠들썩하게 하는 한복판에 선 ‘조국 아저씨’한테 어린이책 한 자락을 같이 읽자고 여쭈려고 합니다.


  저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아닌 ‘조국 아저씨’로 부를 생각입니다. 벼슬자리에서는 ‘법무부장관 후보자’일는지 모르나,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는 이웃으로 본다면, 그대는 저한테 조국 아저씨일 뿐이거든요.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평화로운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에요.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여성이기 때문에 또는 생김새가 달라서 등등 여러 이유로 일상에서 차별을 받는다면 평화를 느낄 수 없을 테니까요. (18쪽)



  같이 읽자고 여쭐 책은 《선생님, 평화가 뭐예요?》(배성호·김규정, 철수와영희, 2019)입니다. 150쪽이니 가볍습니다. 사이에 그림이 꽤 많고 글밥이 적어서, 어른으로서는 매우 쉽고 빠르게 다 읽어낼 만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 책을 같이 읽자고 여쭈려는 까닭은 아주 쉽고 단출해요.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아닌, 아이 어버이로서, “평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를 묻고 싶거든요.


  총칼이 춤추고 미사일이 오가는 싸움판이 벌어지지 않으면 평화일까요? 그대가 벼슬자리에 서야 비로소 사법 개혁을 이룰 수 있을까요? 어느 분이 말하기도 했습니다만, 사법 개혁을 이룰 참하고 슬기로우며 곧바른 분이 틀림없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예전 정부나 이 정부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더라도, 대쪽같으며 착하고 아름답게 법을 다스리려고 하는 분은 어김없이 있다고 여겨요.



우리나라 최전방 248km에 이르는 군사 분계선에는 무려 100만 개가 넘는 지뢰가 묻혀 있어요. 이로 인해 해마다 지뢰 사고가 끊이지 않는답니다. 피해자 수는 1000명이 넘어요. 우리나라는 단위 면적당 지뢰 수가 가장 많은 불명예 국가예요. (75쪽)



  저는 1995∼1997년에 강원 양구에서 군대살이를 했습니다. 요즘 강원 양구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서울까지 찾아가서 어느 군부대를 없애지 말라면서 모임을 하고 목소리를 낸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있지요, 군부대 곁에서 군인 주머니를 날름날름 울궈낸 양구 분들이 참 많았어요. 우리 어버이가 1996년 여름에 꼭 하루 저를 보려고 무척 먼걸음을 하신 적 있는데, 그때 ‘허름한 여인숙’에서 두 어버이하고 저하고 세 사람이 묵는데, 한 사람 앞에 6만 원씩 받았답니다. 2019년이 아닌 1996년에 ‘세 사람 6만 원’이 아닌 ‘세 사람 따로 6만 원, 그러니까 18만 원’을 받더군요. 그무렵 양구에서 군인한테 장사를 하는 가게에서는 새우깡 과자 하나에 1000원을 받았고, 소주는 한 병에 5000원을 받았어요. 참 재미난 셈을 하던 분들이지요. 군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니 우리 아버지가 면회를 놓고서 한숨을 쉬셔요. 고작 하루 면회를 다녀오는 길에 100만 원을 써야 했다더군요.


  조국 아저씨, 같이 생각해 보겠어요? 군대 곁에서 군인한테 장사를 하는 그분들은 왜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바가지를 씌워야 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씌운 바가지는 ‘법에는 딱히 어긋나지 않는다는 장사’인지요? 법을 잘 아신다면, 법이 아름답게 흐르도록 다스리려는 길에 서겠다면, 이 대목을 좀 또렷하게 밝혀 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법에는 딱히 어긋나지 않는다는 장사’를 바꾸어 낼 마음이 있는지 묻고 싶기도 해요.


  아무튼 저는 군대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아름드리숲에 낫하고 삽을 한 자루씩 챙겨서 오른 뒤에 나무를 마구마구 베어내고 삽질을 마구마구 해서 새 지뢰를 묻고 새 철조망을 까는 일을 했습니다. 참으로 아슬아슬한 일이지만, 그런 일이 바로 군인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미국은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제거했지만 미국인들은 2400조 원을 퍼부은 이 전쟁이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어요. 미군 4500명, 이라크인 18만 명이 숨진 데다 폭격을 퍼부었던 곳에선 기형아 출산 같은 2차 피해가 일어나는 동 전쟁으로 인해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기 때문이에요. (86쪽)



  나라를 이끄는 길(법)을 바로세우려 한다면, 나라에 앞서 마을을 먼저, 또 마을에 앞서 집을 먼저, 그리고 집에 앞서 우리 스스로 바르게 나아가는 길에 서야 한다고 느낍니다.


  생각해 보셔요. 조국 아저씨가 그대 아이를 어떤 ‘좋은 대학교나 대학원’에 보내려고 한 일은 틀림없이 ‘법에는 딱히 하나도 어긋나지 않는’ 일이면서 ‘둘레에서 으레 하는’ 일이었다고 느낍니다. 그 일에 ‘법에 어긋났다’면 그런 일을 섣불리 할 사람도 없을 테고, 그런 일을 해서 대학교나 대학원에 들어가는 일도 없겠지요.


  그렇다면 이제 더 깊이 생각해 보기로 해요. 조국 아저씨가 그대 아이한테 시켰던 그 일을 ‘이 나라 모든 수험생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까요?


  법에 안 어긋났다고 해서 ‘착하거나 옳거나 아름다운’ 일이 되지 않습니다. 법만 안 어겼을 뿐 ‘매우 나쁘거나 그릇되거나 슬픈’ 일이 수두룩합니다. 벼슬자리란, 법을 안 어기기면 하면 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 몸하고 마음을 바쳐서 착하고 옳으며 아름답게 나아가는 자리라고 느낍니다. 이름값도 내려놓을 뿐 아니라, 주머니에 든 돈도 다 내려놓아야 할 테고요, 그동안 이름값하고 돈으로 얻은 것도 모조리 내려놓은 뒤에라야 벼슬자리에 설 노릇이라고 느껴요. 이렇게 한 뒤에 비로소 ‘사법 개혁’을 할 만하겠지요.



어린이 친구들도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요. 장난감 총 같은 무기를 가지고 놀지 않는 것이에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장난감 무기를 책으로 바꿔 주는 행사가 있었어요. 어린이들이 총이나 칼을 가지고 놀면서 폭력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생각하면서 놀이 문화를 바꿔 나가는 것이지요. (92쪽)



  미국은 2400조라고 하는, 참으로 터무니없다 싶은 돈을 들여서 이라크하고 싸움을 벌였습니다. 2400조라고 하는 돈을 이렇게 써야 이 지구에 평화가 깃들 수 있는지 아리송한데요, 우리는 어떤 평화로 나아가야 아름다울까요? 우리는 어떤 민주와 평등으로 거듭나야 즐거울까요?


  아무리 장난감이라고 하더라도 총은 총이고 칼은 칼입니다. 장난감 총으로 겨누어도 ‘사람을 죽이는 짓을 흉내내’는 셈입니다. 장난감 칼을 휘둘러도 ‘사람을 짓이는 짓을 따라하’는 꼴입니다.


  법그물에 맞게 어떤 일을 하는 몸짓이라면 사법 개혁을 할 수 없지 싶습니다. 개혁이란, 뜯어고치기인데, 뜯어고치자면 법을 새로 손질하는 일일 텐데요, 법무부장관 후보자란 자리가 아닌, 아이 어버이란 자리에서 사람들 앞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를 먼저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하버는 평화로운 시기에는 과학자가 세계에 속하지만 전쟁 중에는 자신의 국가에 속해 충성을 다해야 한다면서 아내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하버는 1915년 자신이 개발한 염소 가스를 벨기에에서 사용해 연합군 수천 명을 죽였어요. 임머바르는 하버를 비난했어요. 그로부터 10일 뒤 하버가 독가스로 러시아군을 공격하러 떠나는 날 아침, 임머바르는 과학자는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그럼에도 하버는 끝내 독가스를 사용했고, 수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어요. (101쪽)



  노벨상을 받았다는 하버란 이는 ‘나라사랑’이 끔찍한 나머지, 그 똑똑한 머리로 독가스란 화학무기를 만들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버란 이이는 ‘과학자는 싸움판에서 더 센 무기를 만들어 내야 나라사랑이다’ 하고 외쳤답니다. 하버란 이를 곁님으로 둔 임머바르란 분은 ‘화학무기 발명가’로 바뀐 이이를 돌려세우려고 무던히 애썼으나 끝내 손쓸 수 없어 슬픔에 잠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요.


  나라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아름나라가 되도록 사법을 제자리로 돌리는 일은 누가 어떻게 할 노릇일까요. 조국 아저씨는 왜 이녁 아이한테 ‘논문 이름값’에 ‘대학교 이름값’에 ‘대학원 이름값’에 ‘장학금’을 안기려고 했는지요? 굳이 그런 이름값이 있어야 아이가 이 땅에서 즐겁고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는 어른으로 클 수 있다고 여기셨는지요?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아닌, 아이 어버이란 자리로 오시면 좋겠습니다. 아이 어버이란 자리에 서서 어린이책을 새삼스럽게 같이 읽고 아름다운 마음을 차근차근 같이 가꾸면 좋겠습니다. 가을로 접어들려는 풀밭마다 가득한 풀벌레 노랫소리를 같이 듣고서, 아름나라는 어떤 길로 나아갈 적에 다같이 즐겁게 노래할 만한가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풀밭에서 노래하며 가을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풀벌레는 이름값을 내세우거나 거머쥐지 않습니다. 개혁이란, 사법 개혁이든 교육 개혁이든 문화 개혁이든 정치 개혁이든, 착하고 상냥한 어버이 마음으로 할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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