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열 준비를 하며 책을 닦습니다. 하나하나 닦습니다. 대충 닦고 지나칠 수 없습니다. 나중에 도서관을 찾아와 구경할 사람을 생각하면, 어느 하나 허투루 닦을 수 없어요. 여러 만 권 되는 책을 하나씩 닦자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까 어림해 봅니다. 날마다 수백 권에 이르는 책을 사고파는 헌책방 임자는 얼마나 지루하게 책을 닦으랴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 일을 지루하게 생각한다면, 고달프게 생각한다면, 며칠 버틸 수 없으리란 느낌도 듭니다.

 책을 한참 닦고 꽂아 놓은 뒤, 지금 닦은 이 책을 앞으로 언제 또 닦아 줄 수 있을까 헤아려 봅니다. 글쎄, 다시 닦아 줄 날이 있을까.

 앞으로 도서관을 꾸린다면, 이곳에 찾아와서 본 책을 제자리에 꽂아 놓지 말고 책상 위에 올려놓아 달라고 해야겠구나 싶습니다. 그래야 그때 한 번이라도 더 걸레질이나 행주질을 해서 꽂아 놓을 수 있겠지요. 몇 달에 한 번씩은 도움이를 불러 책들을 다 들어낸 뒤 책꽂이도 닦아야 할 테고요.

 헌책방 일꾼처럼 한 번 팔아버리면 그만인 책하고, 언제까지나 고이 간직하며 나누어야 할 책을 바라보는 눈길, 다루는 손길은 그만큼 달라야 함을 느낍니다. 헌책방 일꾼 손은 쉴 틈이 없고 물기에서 헤어날 날이 없는데, 도서관 일꾼 손 또한 쉴 틈이 없고 물기에서 헤어날 날이 없겠습니다. 걸레 냄새가 손에 짙게 배겠어요. (4340.4.2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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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4-25 08:46   좋아요 0 | URL
책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기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