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18.


《어제 뭐 먹었어? 7》

 요시나가 후미 글·그림/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3.4.2.



누가 “오늘 뭐 먹었어?” 하고 물을 적에 “응, 바람하고 물.” 이렇게 대꾸하곤 한다. 때때로 밥을 먹었으면 밥을 먹었다고도 말하지만, “오늘은 물을 6리터쯤 마셨어.”라든지 “오늘은 모처럼 석류잎하고 모시잎하고 쇠무릎꽃하고 솔꽃도 한 줌씩 먹었네.” 하고도 말한다. 이른바 밥이나 국이나 곁밥을 먹고 나면 어쩐지 졸음이 쏟아지고 몸이 무겁다. 물을 마시고 풀잎하고 나뭇잎을 씹으면 어쩐지 잠이 사라지면서 몸이 가볍다. 《어제 뭐 먹었어?》 일곱걸음을 읽어 보는데, 뭔가 맛나다 싶은 밥을 차리려고 애쓰거나 양념을 하는 이야기는 거의 나한테 안 와닿는다. 아이들한테 그런 밥차림을 해주면 좋으려나 하고 문득 생각하다가도 고개를 젓는다. 아이들이 물맛을 제대로 알고, 바람맛을 슬기롭게 깨달으며, 풀하고 흙이 어우러지는 싱그러운 맛을 곱게 익힐 수 있으면 좋겠다. 작은 꽃송이를 혀에 얹기만 해도, 꽃으로 맺기까지 얼마나 햇볕하고 빗물을 머금으면서 눈부시게 자랐는가를 느낀다. 석류잎에서는 석류맛이 난다. 모과잎에서는 모과맛이 난다. 마땅한 일이지. 꼭 열매만 먹어야 배가 부를 일이 없다. 우리는 빛을 먹고, 기운을 먹으며, 숨결을 먹어서, 늘 새로운 몸하고 마음으로 거듭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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