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7.


《아르슬란 전기 10》

 아라카와 히로무 그림·타나카 요시키 글/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9.6.25.



더러 제비 노랫소리를 듣고 날갯짓을 본다. 어느새 제비가 태평양을 가로질러서 중국 강남으로 떠날 철이 다가온다. 삼월이 갓 되자마자 이 땅을 찾은 제비라면 일찌감치 무리를 지어 바다를 건넜을까. 날갯죽지에 힘이 들어가는 새로 깨어난 제비는 어미 제비하고 동무가 되어 파란하늘을 높이높이 날며 바닷길을 어림하는 하루일까. 그야말로 드높이 나는 제비를 드문드문 올려다보다가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다녀온다.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를 다녀와도 되지만 버스 에어컨 바람보다는 자전거 맞바람이 좋다. 《아르슬란 전기》 열걸음을 장만해서 읽다가 앞서 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린님이 선보인 다른 만화책도 엇비슷한 얼개인데, 걸음을 늘릴수록 더 센 것을 새로 보여주면서 ‘더 세게 죽이는 그림’을 잔뜩 채운다. 이러면서 줄거리를 잃거나 잊는다. 누가 더 센지, 누가 더 힘차게 죽이는지, 이런 대목으로 휩쓸린다. 설마 이런 죽임질을 스무걸음이나 서른걸음쯤 이을 생각일까? 우리 삶터는 예나 이제나 싸움판일는지 모른다만, 그린님은 이제 싸움판은 그만 그려도 좋지 않을까? 착한 이도 나쁜 이도 그저 다 똑같이 죽임질을 한다는 줄거리를 만화로 담는 붓끝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난 재미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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