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0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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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좋다고 느껴지지 않는 책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다달이 <북새통> 잡지에 보내는 글입지요. 썩 좋지 않은 까닭을 함께 적었는데, 이럭저럭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책 크기가 커서, 스캐너로는 잡히지 않아 사진은 함께 못 올립니다..

 
― 할아버지와 함께 크는 아이


- 책이름 : 십장생을 찾아서
- 글ㆍ그림 : 최향랑
- 펴낸곳 : 창비(2007.2.20.)
- 책값 : 1만 원


 우리한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야기는 저 멀리 물 건너, 또는 산 너머, 바다 너머에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우리 둘레에,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느껴요. 파랑새는 다른 곳이 아닌 우리 집 마당에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빌지 않더라도, 저마다 가장 소중한 보물은 우리 둘레(우리 집, 우리 마을)에 있고, 소중하고 살가운 동무도 우리 가까이에 있어요. 또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마음속 깊이 애틋하며 빛나는 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중한 보물을 볼 수 있느냐, 우리 스스로 간직하고 있는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느냐, 우리 식구와 우리 마을 사람들 삶과 삶터를 아름답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 눈길과 눈높이와 마음밭과 몸가짐이 달라지리라 믿습니다.

 그림책 《십장생을 찾아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이 곁에서 늘 마주하고 있는 나이든 분들(할머니와 할아버지)을 동무로 여기며 오순도순 알콩달콩 동무처럼 지내는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조기교육’과 ‘영어 배우기 유학’이나 ‘갖은 학원-학교 교육’에다가, 중학교를 앞두고 밀어닥치는 ‘대학교 입시교육’에 짓눌리면서, ‘인터넷 놀이-인터넷게임 빠지기’로 자기 울타리를 쌓아가는 아이들이 되었습니다만, 이 아이들이 자기와는 또다른 사람을 만나고, 또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길잡이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이 세상을 부대끼면서 보고 듣고 생각한 여러 가지 이야기는 아이들한테 놀라움과 새로움을 느끼게 하면서, 자기가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며 부딪힐 세상을 차근차근 헤아리며 내다보도록 해 줍니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며 ‘자라나는 나와 달리 늙어 죽음과 가까워지는 남’을 느끼고, 이렇게 몸에 힘이 빠지고 걸음이 느려지는 이들을 느끼다가, 맨 처음으로 ‘죽음’을 지켜봅니다. 아직 ‘태어남’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느끼는 아이들이 ‘죽음’을 부대끼며 마음이 어수선해지기도 하고요. 그림책 《오른발, 왼발》(토미 드 파울라)은 이런 마음앓이와 마음만남, 또는 마음자라남을 가슴찡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들이 다 알고 있다고 할 만하고, 우리들 누구나가 겪었거나 겪었음직하지만 정작 이야기책이나 그림책에는 담아내지 못했던 삶을 보여주면서, 다른 곳이 아닌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이제 죽음과 가까워지지만 이 세상에 한 번 와서 살다 간 자기 삶을 즐겁게 마무리하면서 새로 자라날 아이들한테 사람과 세상과 삶과 죽음을 지긋이 바라보는 눈길을 다독인다고 할까요.

 그림책 《십장생을 찾아서》 이야기 흐름을 좇으면, 아이가 둘도 없이 살가운 동무로 여기는 할아버지가 병을 앓고 드러누워 병원에 들어가는 날, 할아버지 방에서 잠들어 꿈속에서 두루미와 함께 ‘오래오래 튼튼하게 살아가는 십장생 상징’을 만납니다. 할아버지는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아이는 산속에 쓴 무덤자리에서 할아버지를 또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됩니다.

 참 좋은 이야기감을 잡았구나 싶어서 반갑습니다. 다만, 요즘 아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숫자가 할아버지를 동무로 삼으며 지낼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거의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 보내지거나 학원에 매여 지낼 텐데요. 아파트로 이루어진 시멘트 마을에서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은, 할아버지이든 할머니이든 ‘거의 돌아보지도 않고’ 지내지 싶은데요. 그렇지만, 차츰차츰 살가움을 잃어가는 우리들 모습을 뒤돌아보고 되새기도록 하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솜과 깃털과 자수 들을 써서 ‘우리 문화’를 남달리 즐길 수 있도록 해서 반갑습니다. 다만, 군데군데 성의 없이 그린 그림이 있습니다. 할아버지 무덤을 쓴 자리 둘레에 자라는 나무가 ‘미술학원이나 제도권학교 미술교육에서 틀에 박히게 아이들한테 그리도록 시키는 엉성한 그림’이었다는 대목이 대표라 할 만합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걸맞지 않은 낱말이나 말투, 바로잡거나 다듬으면 좋을 만한 얄궂은 낱말이나 말투를 걸러내지 못한 대목도 좀 아쉽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 곁에서 늘 부대끼는 수수한 삶에서 가장 웃음이 묻어나고 눈물이 나는 삶’을 깨닫고 ‘우리 나름대로 우리 문화와 생각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그림책을 찬찬히 그려 나가 준다면 좋겠습니다. 아쉬움이 묻어나지만, 가능성을 믿고 별 다섯 만점에서 별 둘 반을 주겠습니다. (4340.3.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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