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노래. 중2병


2019.7.15. 누가 ‘중2병’이란 말을 지으니 ‘중2병’이 생겨난다. 처음부터 ‘중2병’이 있을 턱이 없다. 중1이건 중2나 중3이건 아픈 아이는 아프기 마련이고, 안 아픈 아이는 안 아프기 마련이다. 초등학생부터 아프기도 하고, 고등학생까지 내처 아플 수 있다. 그리고 중2여도 고2여도 아플 일이 없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중2병’일까? 첫째, 남들이 이런 이름을 붙이면서 푸름이를 재고 따지고 등돌리는 흐름이니, 이 흐름을 고스란히 따르면서 생긴다. 둘째, 한집을 이룬 사람들끼리도 서로 하루를 그리거나 나누거나 이야기하지 않고 손전화를 오래오래 들여다보면서 따로따로 노니, 한창 철이 들며 꽃으로 피어날 아이들이 그만 축 처지거나 시든다. 활짝 피어나거나 깨어날 무렵인 열다섯이란 꽃나이가 ‘꽃나이’ 아닌 ‘병’으로 뒤바뀌는 셈이다. 2020년을 앞둔 2019년 올해를 비롯해 요즈막에는 ‘중2병’이란 엉터리 말을 내뱉거나 퍼뜨리면서 푸름이를 수렁으로 내모는 물결이지만, 내가 열다섯이란 나이를 살던 1989년에는 ‘고2병’이란 말이 나돌았다. 그런데 더 앞서 1980년대 첫머리라든지 1970년대를 떠올리면, 더 거슬러서 1950년대나 1900년대나 1800년대를 헤아리면, 그때에는 ‘열다섯 = 꽃나이’라 일컬었다. 우리는 이제껏 기나긴 나날을 ‘열다섯 꽃나이’란 이름으로 살며 푸르게 철드는 아름다운 살림을 지었으나, 현대물질문명사회에다가 제도권의무교육이 뿌리를 뻗으면서 그만 ‘꽃나이’ 아닌 ‘중2병’이란 엉터리 이름을 우리 스스로 퍼뜨리면서 아이들을 괴롭히고, 어른도 스스로 괴롭다. 이제, 엉터리 이름은 땅에 묻고 푸르게 철드는 이름인 ‘꽃나이’를 되찾아야지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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