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46. 물고기
아마 우리는 예전에 모두 알았으리라 생각해요. 아마 우리는 오늘 다 잊었으리라 느껴요. 아무것이나 먹어서는 안 되는 까닭을 예전에는 모두 알았을 테지만, 오늘은 다 잊었겠지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 먹는 그대로 몸이 되는 줄 예전에는 모두 알았을 텐데, 오늘은 감쪽같이 잊었구나 싶어요. 아무것이나 먹지 않던 지난날에는 아무것조차 안 먹고도 몸을 튼튼하게 건사했다고 느껴요. 그리고 그때에 ‘무엇을 먹는다’면 ‘먹은 그것이 되는 몸바꿈’을 이루었다고 느껴요. 인어 살점을 먹으면 인어처럼 ‘죽음이 없이 살되, 인어와 같은 몸으로 바뀐다’는 바닷마을 옛이야기가 있어요. 그러니 사람은 같은 사람을 잡아먹어서는 안 될 뿐더러, 짐승도 같은 갈래 짐승을 안 잡아먹겠지요. 다시 말해, 풀을 먹는 사람은 풀이 되고, 고기를 먹는 사람은 고기가 되어요. 달걀을 먹으니 달걀이 되고, 능금을 먹어서 능금이 되어요. 바람을 먹으면 바람이 되고, 해를 먹으면 해가 될 테지요. 별빛을 먹어 별이 되고, 개미를 먹어 개미가 될 테고요. 농약을 친 것을 먹으면 농약이 될 터이며, 화학첨가물 넣은 것을 먹으면 화학첨가물덩이가 되어, 이런 것을 공장에서 찍어낸 이들이 시키는 대로 휘둘리는 톱니바퀴나 종이 되기 쉽다고 느껴요. 엊그제 ‘바닷물고기’ 한 마리가 꿈에 나타나서 ‘바닷물고기인 나’를 먹으면 사람들이 무엇을 보거나 느끼거나 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었어요. 이 꿈같은 이야기를, 아니 그저 꿈이라고 할 이야기를 노래꽃으로 옮깁니다.
물고기
나는 말이야
너르고 깊은 바닷속을
고루고루 보고 싶어서
물고기 눈알부터 먹어
나는 말이지
엄청나게 떼지어 헤엄치는
물살질을 옴팡 느끼려고
물고기 지느러미를 먹어
나는, 음, 나는 있지
파란 바닷물을
파랗게 적시고 싶어서
물고기 살점을 먹어
좁은 유리칸이 아닌
갇힌 바다우리가 아닌
해 바람 비 구름 무지개 별
차곡차곡 드리우는 바다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