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노래, 모기


2019.5.19. 우리 집 뒤꼍에서 쑥을 뜯는다. 집에서 쑥잎을 덖을 생각이다. 이때에 모기가 곧잘 앵앵하면서 달라붙으려 한다. 유월 내내 뽕나무 곁에서 오디를 훑었다. 오디로 신나게 오디잼을 했다. 이때에도 모기가 흔히 앵앵대면서 달라붙으려 한다. 모기가 붙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다가, 때로는 손가락으로 통 튕겨내다가, 모기가 애타게 빌면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제발 네 피를 빨게 해줘!” “뭐? 내 피를 달라고?” “그래, 네 피를 빨아먹게 해줘! 한 방울이라도 줘!” “내가 내 피를 왜 너한테 줘야 하니?” “우리(모기)는 우리가 무는 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어. 이 모기란 몸을 벗을 수 있어. 나(모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사람을 물려고 해.” “…….” “넌 못 믿겠지만, 우리(모기)들은 소를 물면 소로 다시 태어나고, 개를 물면 개로 다시 태어나. 사람을 물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어서, 목숨을 던져서 사람을 물려고 하지.” “그래? 그런데 내가 너를 찰싹 때려서 죽이면?” “아 …….” “왜?” “…….” “더 할 말 없으면 이제 널 때려잡아도 되지?” “때려잡더라도 피를 좀 주고서 때려잡아.” “응? 왜? 왜 그래야 하는데?” “피를 못 빨고서 죽으면 모기로 다시 태어나.” “그게 뭐?” “우리는 사람한테든 다른 짐승한테든 달라붙어서 피를 빨 때까지는 모기로 다시 태어나거든. 그래서 비록 너희(사람)한테 때려잡히더라도 피를 한 방울 빨고서 너희 피에 담긴 숨결을 받아들이면, 기꺼이 즐겁게 때려잡혀 죽을 수 있어.” “이 말을 들으니 영 너한테 내 피를 더 안 주고 싶은걸?” “제발 …….” 모기가 애타게 비는 말을 끝으로 입김을 후 불어서 모기를 날렸다.


2019.7.4. 올해 5월하고 6월, 두 달 동안 우리 집 모기하고 이야기를 했다. 이 이야기가 참말 ‘모기 수다’였을까 하고 가만히 헤아려 보았다. 입으로 주고받은 말이 아닌, 마음으로 확 들어온 모기 목소리였으니, 틀림없이 모기는 애타게 무언가 빌면서 나한테 찾아왔지 싶다. 모기는 참말로 사람피를 빨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 모기 몸에는 모기 씨톨(DNA)만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모기로서는 다른 숨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기 그대로 다시 태어나기만 하리라 느낀다. 이러다가 다른 목숨한테서 흐르는 다른 숨결이자 씨톨을 ‘피를 빨면’서 받아들이면, 참말로 다른 몸으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몸을 이루는 씨톨은 먼먼 옛날부터 흐르고 흘렀다고 하는 만큼, 고작 피 한 방울이라 하더라도 대수로우리라 느낀다. 그저 한 가닥 머리카락이나 한 방울 피가 아닌,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씨틀이 깃든 숨결이요, 이 숨결을 제대로 구석구석 느끼거나 살펴서 하루를 살지 않을 적에는, 이 몸이 낡거나 죽음길로 가겠구나 싶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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