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갈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6.14)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갈다’라는 낱말은 쓰임새가 여럿인데, 이대로 있지 않도록 모두 치운 다음에 새로 넣을 적에 쓰고, 조각조각 되도록 힘껏 문지를 적에 씁니다. 헤엄을 치며 노는 곳에서 물을 갈아요. 우리가 사는 곳도 창문을 열어 바람을 갈아요. 물갈이요 바람갈이입니다. 어느 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두고도 사람갈이라는 말을 씁니다.


  저는 요즈음 몸갈이란 말을 곧잘 씁니다. 얼추 달포쯤 됩니다. 열아홉 살 무렵부터 제 나름대로 꿈길을 걷겠노라 다짐하면서 그때부터 사회 흐름하고는 거꾸로라 할 길을 걸었습니다. 오래도록 제 길을 지켜보신 분이라면, 대학교를 그만두던 때, 군대에서 죽다가 살아난 때, 1994년부터 혼자 쓰고 엮어서 내놓은 천 가지가 넘는 우리말 소식지에 헌책방 소식지, 신문을 돌리며 먹고살다가 출판사에 들어간 때, 출판사를 그만두고서 얼결에 국어사전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긴 때, 사전 편집장 일을 그만두고서 다시 얼떨결에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하던 때, 자전거로 충주와 서울 사이를 한 해 동안 이레마다 오가던 때, 인천에서 사진책도서관을 열던 때, 인천 골목을 날마다 너덧 시간씩 걸으며 사진을 찍던 때, 아이를 낳고서 인천을 떠나 고흥으로 옮긴 때, 고흥에서 혼자 살림을 맡고 사전을 써낸 때,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려고 하는 ‘숲집’을 이루려고 이모저모 배움길을 다니는 때, 이 흐름을 보셨겠지요. 그런데 이 배움길을 걸어오며 ‘마음’은 늘 눈여겨보았으나 ‘몸’은 잘 안 보았습니다. 지난해부터 비로소 ‘몸’도 쳐다보기로 했고, 몸을 쳐다보노라니 몸도 저절로 바뀌더군요.


  지난해에 몸을 비로소 바라본 뒤에 여러 가지 ‘실험’을 몸에 마구 했습니다. 먹지 않아도 몸무게가 늘어나는지, 마구 먹어도 몸무게가 줄어드는지, 이런 실험을 했는데, 다 그대로이더군요. 몸에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마음이 어떤가에 따라서 몸이 달라져요. 다시 말해서 몸무게를 늘리고 싶으면 몸에 대고서 마음으로 속삭이면 되고, 몸무게를 줄이고 싶어도 몸에 대고서 마음으로 외치면 되어요. 그뿐입니다.


  그리고 입이 아닌 살갗으로 먹는 줄, 밥보다는 바람하고 물(바람에 깃든 물, 빗물)이야말로 우리 몸을 살찌우는 먹을거리인 줄 깊이 깨달았습니다. 보름 동안 물도 거의 안 마시고 살기도 했으나 몸무게가 안 줄고 날마다 똥은 잘만 나오더군요. 이때 잘 알았어요. 입으로 먹는 밥에 매달리지 말자는 대목을.


  몸갈이란 낱말을 새로 지어서 쓰면서 이웃님한테 글월을 띄웁니다. 마음갈이도, 생각갈이도, 삶갈이도, 살림갈이도, 다같이 즐겁게 하면서, 이 별이 아름다운 터전이 되도록 함께 저마다 다른 곳에서 노래하면서 하루를 열고서 지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https://tumblbug.com/writing0603 (‘글쓰기 사전’ 텀블벅)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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