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6.9.


《교수대로부터의 리포트》

 율리우스 푸치크 글/김태경 옮김, 이론과실천, 1986.8.10.



대학교를 그만두는 몸짓은 한국이란 나라에서 ‘가시밭길’로 여긴다. 그러나 나는 이 길이 가시밭길 아닌 ‘숲길’이라 여겼다. 모르는 이한테 숲길은 잔가지가 우거지고 길을 잃을까 두려운 가시밭길일 수 있으나, 풀 나무 돌 흙 숲짐승이 들려주는 말을 들으려 하면 숲길은 오롯이 숲길일 뿐. 군사독재가 서슬 퍼렇던 무렵, 이오덕 어른 책은 동시집을 비롯해 모든 책이 금서로 갇혔고, 안기부가 어른 서재를 털어서 책을 빼앗기까지 했다. 나중에는 교장 자리에서 억지로 내쫓기까지 했고. 군홧발이 사람을 어떻게 들볶아 죽음길로 내모는가를 한국에서도 여러 어른들 발자취로 살필 수 있는데, 《교수대로부터의 리포트》에서는 참으로 낱낱이, 더구나 무덤덤히, 게다가 고요하면서 아름답게 이러한 삶길을 들려준다. 체코라는 나라가 히틀러 독일 군홧발에 짓밟힐 무렵, 게슈타포가 어떤 짓을 일삼았고, 이 군홧발에 ‘체코 지식인·노동자’가 얼마나 쉽게 벌벌 떨면서 게슈타포 군홧발을 혀로 핥는 개로 뒤바뀌었는가까지 그려낸다. 그러면 이 책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뜻밖에 ‘간수 한 사람’이 종이랑 붓을 몰래 건네었고, 틈틈이 한 쪽씩 ‘적바림’하도록 해서 바깥으로 빼돌려 모았단다. 숲길을 바라보는 숲사람이 이 삶터를 푸르게 가꾼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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