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
1992.5.24. “야, 쟤네 집 되게 부럽다. 어떻게 저런 집에 살지?” “그게 뭐?” “부럽지 않냐? 저런게 크고 좋은 집?” “뭐가 부러워?” “안 부럽냐? 난 부러워 죽겠다.” “미친 놈. 부러우면 너도 저런 집을 그려.” “말도 안 돼.” “네가 말도 안 된다고 여기니까 너는 저런 집에 못 사는 거야. 부러우면 부러워하지 말고, 너도 앞으로 저런 집에 살겠다고 생각해. 네가 그런 생각을 안 하니까 그냥 부러워하기만 할 뿐 저런 집에 못 살지.”
1994.4.2. “어쩜 저렇게 날씬하고 잘생겼지?” “뭐가?” “뭐긴. 저 사람 말이야.” “저 사람이 뭐?” “너도 저 사람 좀 봐. 책만 보지 말고.” “난 안 볼래.” “좀 보라니까. 부럽지 않냐?” “뭘 쓰잘 데 없는 걸 다 부러워하네. 부러우면 너도 저렇게 살면 되잖아.” “아이고, 난 죽어도 안 되네요.” “넌, 네가 왜 안 되는지 모르는구나.” “뭐가?” “생각해 봐. 난 저 사람이 어떻고 말고 쳐다볼 마음도 없지만, 저 사람이 날씬하고 예쁜 몸매하고 얼굴로 태어났든 말든 그게 뭐가 어떤데? 네가 날씬하고 예쁜 몸매하고 얼굴이고 싶으면, 제발 그만 부러워하고 네가 그렇게 살면 돼. 네가 왜 안 날씬하고 안 예쁜 줄 알아? 부러워하기 때문이야. 너는 네 멋이 있고 저 사람은 저 사람 멋이 있어. 네가 너를 스스로 사랑할 줄 알면, 그리고 네가 스스로 날씬하고 예쁘기를 바라면 네 몸은 저절로 그렇게 바뀌어. 네가 마음으로 제대로 바라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렇게 살려는 생각이 없는데 네가 어떻게 바뀌겠니? 부러우면 있잖아, 남을 쳐다보는 짓 그만하고 너 스스로를 쳐다봐. 그리고 네가 스스로 너한테 얘기해 줘. 오늘부터 네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그렇게 얘기해 주면 넌 그렇게 바뀌어.”
2001.10.3. “참 부럽습니다.” “뭐가요?” “어떻게 그렇게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쓸 수 있나요?” “뭘 시시한 걸 부러워하시나요?” “아니 어떻게 안 부러울 수 있어요? 저는 책도 한 주에 한 권도 겨우 읽고 글도 하나도 못 쓰는데요.” “아효. 책읽기나 글쓰기가 부러우세요?” “그럼요. 얼마나 부러운데요.” “그러면 알려드릴게요. 책을 많이 읽고 싶으시면 그저 많이 읽으시면 되고요, 글을 많이 쓰고 싶으시면 그저 많이 쓰시면 되어요.” “네? 그게 뭔 소리예요?” “바라시면 바라는 대로 오늘부터 하시면 다 됩니다. 그러나 바란다고 하면서 정작 스스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부러워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안 되어요. 저는 제가 잘 하는 어떤 일이 있다면 남을 부러워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남을 쳐다보지 않기도 하고, 오직 제가 할 일만 쳐다보면서 그 길을 오늘부터 합니다. 저를 부러워하지 마시고요, 이웃님 스스로 사랑해 주시면서 이웃님 마음으로 오늘부터 그 부러워하는 그 일을 그저 차근차근 해보세요. 그러면 다 되어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부러워하면 그저 죽을 때까지 부러워하다가 죽어요. 그러나 부러움이란 마음이 아닌 ‘하자’는 마음으로 그저 오늘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하면, 이렇게 하기를 다섯 해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마흔 해 하다 보면, 어느새 이웃님 스스로 더없이 놀랍고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