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니다 1

다들 글을 써서 나누거나 올릴 적에 ‘-하다’ 꼴로 맺는다. 이런 글결이 내키지 않아 ‘-합니다’처럼 부드럽게, 말하듯이 글을 쓰니 나더러 “무슨 글이 그렇게 공손해? 여자 같잖아?” 한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공손하게 글을 쓰지 않아요. 말을 하듯이 썼을 뿐입니다. 우리가 말을 할 적에 ‘-하다’로 끝을 맺나요? 아니지요?” 하고 묻는다. “아니, 그래, 말을 할 적에 ‘-하다’로는 안 하지. 그런데 글은 다르잖아. 글에서 왜 ‘-합니다’나 ‘-해요’ 하고 끝맺으면서 써?” “말을 할 적에 그렇게 하니까요. 글결이 말결하고 다르면 겉을 가리는, 참모습을 숨기는 이야기가 되리라 느껴요.” 1994.5.6. ㅅㄴㄹ


합니다 2

누리신문 오마이뉴스에서 내가 ‘-하다’로 끝맺는 글을 안 쓰니 매우 거북해 한다. 다른 시민기자는 모두 ‘-하다’로 끝맺을 뿐 아니라, 다른 어느 신문이든 ‘-하다’로 끝맺을 뿐인데, 왜 나 혼자 ‘-하다’로 끝맺지 않고 ‘-합니다’나 ‘-해요’로 끝맺느냐고, 내가 쓰는 글결을 고쳐 달라고 한다. “모든 사람이 다 다르고, 다 다른 사람은 말씨도 다를 테고, 말씨가 다른 만큼 글결이 다르지 않을까요? 다 다른 시민기자가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목소리로 다 다른 이야기를 다 다른 글로 실어서 새로운 이야기판을 열겠다는 곳이 오마이뉴스 아닌지요?” “그 말은 맞는데, 아무래도 최종규 기자님 글은 적응이 안 돼.” “적응하지 마셔요. 왜 적응을 해야 하나요? 제가 쓰는 글에서 들려주려는 이야기를 읽으면 될 뿐입니다. 저는 ‘-하다’로 끝맺는 글을 도무지 못 쓰겠습니다. 입으로 그렇게 말하는 일이 없는데, 입으로 안 하는 말을 어떻게 글로 쓰나요?” 2002.2.22. (덧말 : 내 글결을 도무지 봐주기 힘들다고 하는 편집기자가 많았지만, 시민기자 이웃님은 내 글결을 지켜보면서 한 분 두 분 ‘-하다’란 글결을 버리고‘-합니다’로 넘어왔다. 이제 무척 많은 분들이 신문글에서도 ‘-합니다’를 쓴다. 사건이나 사고를 다루건 정치나 경제를 다루건 구태여 ‘-하다’로 쓸 까닭이 없는 줄 느끼는 분이 꽤 늘었다고 느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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