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쓰기

고흥에서 인천으로 가는 일곱 시간 걸린 길에 동시 석 자락을 썼고, 인천에서 경기 양주 덕계도서관으로 가는 두 시간 전철길에 동시 석 자락을 또 썼다. 이 동시는 인천하고 양주에서 만난 이웃님한테 모두 드렸다. 양주 이웃님 한 분이 묻는 묻는다. “어떻게 동시를 그렇게 뚝딱 하고 써낼 수 있어요?” 나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대꾸한다. “잘 썼거나 못 썼거나를 따지지 않고서 써요. 저는 제가 만날 이웃님을 헤아리면서 써요. 쓰려고 생각하니 쓸 수 있어요. 이웃님이 동시를 쓰고 싶은데 뚝딱 나오지 않는다면, 스스로 너무 멋지거나 빈틈없는 동시를 써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탓이지 싶어요. 멋지거나 빈틈없는 동시를 뚝딱 써낼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니 못 쓰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어떻게 무엇을 써야 좋은가를 갈피 잡지 못한 탓이기도 해요. 그냥 뚝딱 쓰시면 되어요. 뚝딱 쓴 동시가 좋으냐 나쁘냐를 안 따지면 되어요. 이른바 ‘가치판단·평가’는 하지 말아 주시고요, 그냥 쓰셔요. 잘 썼든 못 썼든 좋으니 그냥 쓰시면 되어요. 쓰고 나서 손질하거나 고치면 되어요. 쪽종이 한 칸에 그때그때 떠오르는 이야기를 신나게 쓰셔요. 저는 열한 해쯤 늘 뚝딱뚝딱 그 자리에서 동시를 썼고, 이렇게 쓰는 사이에 뚝딱뚝딱 그 자리에서 쓰더라도 늘 제 마음을 오롯이 담는 열여섯 줄 동시를 늘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있는 길을 찾았어요. 이웃님도 스스로 길을 찾는 뚝딱쓰기를 오늘부터 하시면 좋겠어요.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즐겁게 하노라면.” 2019.4.8.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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