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발라내어
“얼마나 애썼는데!” 하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넌지시 묻는다. “참으로 애쓰셨어요. 그런데 살은 얼마나 발라내셨나요?” 하고. 내 말이 매우 뾰족할 수 있다만 굳이 묻는다. 이 물음은 그분한테 하는 말이라기보다 바로 나한테 하는 말이다. 남을 말하기 앞서 나는 우리 보금자리를, 살림을, 책숲을, 글이며 책을, 얼마나 살을 발라내면서 가꾸는가를 되새긴다. 애쓰기만으로는 턱도 없다. 살을 발라내어도 모자라도. 뼈를 깎아도 아직 멀다.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 온사랑을 다할 노릇이지. 온힘으로는 이루지 못한다. 언제나 온마음을 다하는 온사랑일 적에 비로소 조금 볼 만하다. 2019.4.5.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