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3.30.


《사계절 스스로 꾸준히》

 석초, 스토리닷, 2019.3.15.



곡성이라는 고장을 오랜만에 다녀온다. 곡성은 찻길을 넓히지 않고서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로 오가거나 물가에서 놀 수 있도록 살림을 펴네. 이런 고장이 다 있구나 싶어 놀란다. 퍽 오랜 나날에 걸쳐서 섬진강을 둘러싼 자리를 가꾸었구나 싶고, 이동안 나무가 우거지면서 마을이며 길이며 숲이며 참 푸르네. 이런 살림길을 여러 고장에서도 눈여겨보고 배울 만하지 않을까? 고흥으로 돌아와서 《사계절 스스로 꾸준히》를 읽는다. 철이 없는 사람이란 철흐름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다. 철흐름을 읽을 줄 모르기에 살림을 어떻게 건사해야 하는가를 모른다. 봄은 왜 봄일까. 가을은 왜 가을일까. 달력에 찍힌 123이 아닌 바람결을 햇볕을 빗물을 흙내음을 읽고 헤아리면서 몸으로 느끼기에 비로소 철이 든 사람으로 자라리라. 나무는 철 따라 가지를 새로 뻗고 잎을 새로 낸다. 풀은 철 따라 줄기를 새로 올리고 잎을 꽃으로 씨앗으로 차츰 바꾼다. 사람은 어떤 흐름일까? 나이가 들면서 어떤 넋이나 슬기가 될까? 나이를 먹는 동안 어떤 꿈이나 사랑을 키울까? 나이에 걸맞게 어떤 어른으로 이 땅에 설까? 철마다 스스로 꾸준히, 철마나 나답게 씩씩히, 철마다 사뿐히 피어나는, 네가 되고 내가 되면서 저 하늘이 파랗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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