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3.27.


《너는 잘못 날아왔다》

 김성규 글, 창비, 2008.5.30.



처마 밑에 참새 두 마리가 산다. 한 달 즈음 된 듯하다. 우리 집 뒤꼍 한켠은 찔레나무가 우거졌고, 여기에 참새가 쉰 마리 즈음 살지 싶은데, 무리에서 따로 나왔는지, 다른 곳에서 왔는지, 처마 밑에서 지낸다. 처마 밑이 그렇게 좋을까? 곰곰이 돌아보면 이 두 마리가 아니어도 처마 밑이나 제비 둥지를 노리는 참새나 박새가 많다. 스스로 둥지를 짓지는 않고서 틈바구니라든지 수풀에서 지내는 참새를 지켜보는데, 재재재, 찌리리르, 조로롱 이런 소리로 노래한다. 봄볕을 누리며 《너는 잘못 날아왔다》를 조용히 읽었다. 날이 갈수록 새벽이 일찍 밝고 저녁은 길어진다. 더없이 마땅한 철흐름을 올해에도 어김없이 누린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에는 마땅하면서 어김없는, 반가우면서 고마운 철흐름을 얼마나 담을까. 햇볕을 먹는 우리는 햇볕다운 마음을 글줄에 얼마나 실을까. 바람을 마시는 우리는 바람다운 숨결을 글발에 얼마나 얹을까. 빗물이며 냇물로 몸을 다스리는 우리는 빗물이나 냇물다운 꿈을 글자락에 얼마나 옮길까. 봄에는 책보다는 흙이다. 봄에는 글보다는 바람이다. 봄에는 이야기보다 씨앗이다. 봄에는 그 모두보다 해님이다. 아니, 봄은 흙·바람·씨앗·해님이라는 책을 읽고 글을 쓸 만한 철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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