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짓자는 생각

[오락가락 국어사전 40] ‘살펴보다’하고 ‘관찰·주시’ 사이



  한국말사전에 새 영어는 꾸준히 오릅니다만, 새 한국말은 좀처럼 안 오릅니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은 오르고, 이를 한자말로 고치는 ‘즉석식’도 오르지만, 막상 한국말로 손질해서 새로 올리려는 몸짓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말로 새로운 살림을 새롭게 나타내어 새롭게 나누는 길도 열어야지 싶습니다. 한국말로 생각하고 꿈꾸며 사랑하는 길을 사전이 기쁘게 열어 주어야지 싶어요.



패스트푸드(fast food) : 주문하면 즉시 완성되어 나오는 식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 햄버거, 프라이드치킨 따위를 이른다. ‘즉석식’으로 순화

즉석식 : x

즉석식품(卽席食品) : 간단히 조리할 수 있고 저장이나 휴대에도 편리한 가공식품 ≒ 인스턴트식품

인스턴트식품(instant食品) : = 즉석식품. ‘즉석식품’, ‘즉석 먹거리’, ‘즉석 먹을거리’로 순화



  ‘즉석식’으로 고쳐쓰라는 ‘패스트푸드’인데 ‘즉석식’은 막상 사전에 없습니다. ‘즉석식품’은 사전에 나오지요. 그런데 ‘즉석식·즉석식품’은 무엇이 다를까요? 두 가지 영어를 한 가지 한자말로 고쳐쓰라고 하는 사전은 좀 엉성하지 싶습니다. ‘패스트푸드·즉석식’은 “→ 빠른밥”쯤으로, ‘인스턴트식품·즉석식품’은 “→ 바로밥”쯤으로 새롭게 쓰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영어사전은 ‘fast food’를 “패스트푸드”로 풀이하더군요. 한국말사전부터 어정쩡하니 영어사전도 얄궂구나 싶어요.



흡수(吸水) : 1. 물을 빨아들임 2. 빨아서 거두어들임 3. 외부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내부로 모아들임

빨아들이다 : 1. 수분, 양분, 기체 따위를 끌어들이거나 흡수하다 2. (비유적으로) 마음을 강하게 끌어들이다



  ‘흡수’라는 한자말은 ‘빨아들이다’로 풀이하고, ‘빨아들이다’라는 한자말은 ‘흡수하다’로 풀이한다면, 말은 그만 뒤엉킵니다. ‘흡수’는 “→ 빨아들이다. 받아들이다. 모아들이다”로만 다룰 노릇입니다.



만면(滿面) : 온 얼굴

온낯 : x

온얼굴 : x



  ‘만면’ 같은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도 됩니다. 이런 낱말은 굳이 쓸 일이 없습니다. 한국말로 ‘온낯’이나 ‘온얼굴’을 지어서 쓰면 됩니다. 사전 풀이를 보아도 “온 얼굴”이라 나오듯, 이렇게 쓰는 길을 제대로 살려서 올림말을 손볼 노릇입니다.



철근(鐵筋) : [건설] 콘크리트 속에 묻어서 콘크리트를 보강하기 위하여 쓰는 막대 모양의 철재

쇳소리 : 1. 쇠붙이가 부딪쳐서 나는 소리 ≒ 금성(金聲)·금속성(金屬聲)·금속음·철성 2. 쨍쨍 울릴 정도로 야무지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철(鐵) : 1. [화학] 주기율표의 8족 금속 원소의 하나. 은백색의 고체로, 적철광·자철석·황철광 따위에서 얻는다 2. = 철사(鐵絲) 3. = 번철(燔鐵)

쇠 : 1. ‘철(鐵)’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2. 광물에서 나는 온갖 쇠붙이를 통틀어 이르는 말 3. = 열쇠 4. = 자물쇠 5. ‘돈’을 속되게 이르는 말 6. ‘자석’을 속되게 이르는 말 7. 풍물놀이에서 쓰는 꽹과리나 징



  한자말 ‘철’하고 한국말 ‘쇠’를 잘 헤아려야겠습니다. 한국말사전은 ‘쇠’라는 한국말을 풀잇자리마다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붙이는데, 이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사전부터 이런 풀이를 보이니, 사람들도 ‘쇠’를 쓰기보다는 한자 ‘철’을 써야 하는구나 하고 여기고 말아요. ‘철근’이라면 “→ 쇠막대. 쇠작대”라고 하면 됩니다. ‘철’도 “→ 쇠”로 다룰 수 있는 사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음(子音) : [언어] 목, 입, 혀 따위의 발음 기관에 의해 구강 통로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는 따위의 장애를 받으며 나는 소리 ≒ 닿소리·부음

닿소리 : [언어] = 자음(子音)



  한국말 ‘닿소리’를 곁다리로 다루는 사전 얼개입니다. ‘자음’을 “→ 닿소리”로 다루거나 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입니다. 뜻풀이는 ‘닿소리’에서 해야 맞습니다.



알몸 : 1.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몸 ≒ 나신·나체·맨몸·전라 2. 재산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누드(nude) : 1. 회화, 조각, 사진, 쇼 따위에서 사람의 벌거벗은 모습. ‘알몸’으로 순화 2. [미술] 인간, 신, 악마 등의 인간적인 모습을 벌거벗은 모습으로 표현한 회화. ‘나체’, ‘나체 미술’로 순화

나체(裸體) : = 알몸



  사전에는 ‘알몸·누드·나체’가 뒤섞여 나옵니다. 더욱이 ‘누드’는 ‘나체’로 고쳐쓰라고도 나오는데, ‘나체’는 다시 ‘알몸’으로 고쳐쓰도록 이끌지요. ‘나신·나체·전라’ 같은 한자말을 굳이 써야 할까요? ‘알몸’하고 ‘맨몸’을 알맞게 살펴서 쓰도록 이끌 노릇입니다.



보다 : 1. 눈으로 대상의 존재나 형태적 특징을 알다

관찰하다(觀察-) :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보다

살펴보다 : 1. 두루두루 자세히 보다

주시하다(注視-) : 1. 어떤 목표물에 주의를 집중하여 보다 2. 어떤 일에 온 정신을 모아 자세히 살피다

지켜보다 :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다



  ‘보다’라고 짧게 말해도 되는데 ‘관찰·주시’ 같은 한자말이 자꾸 사전에 나옵니다. 그런데 사전은 ‘관찰·주시’를 올림말로 다루면서도 뜻풀이가 매우 엉성합니다. ‘살펴보다 = 자세히 보다’를 뜻한다는데, ‘관찰·주시 = 자세히 살펴보다(살피다)’로 다루면 겹말이지요. ‘관찰’은 “→ 살펴보다”로, ‘주시’는 “→ 지켜보다”로 고쳐 줄 노릇입니다.



보상(報償) : 1. 남에게 진 빚 또는 받은 물건을 갚음 2. 어떤 것에 대한 대가로 갚음

갚다 : 1. 남에게 빌리거나 꾼 것을 도로 돌려주다 2. 남에게 진 신세나 품게 된 원한 따위에 대하여 그에 상당하게 돌려주다

돌려받다 : 빌려주거나 빼앗겼거나 주었던 것을 도로 갖게 되다



  ‘보상’이라는 낱말은 “→ 갚다. 돌려주다. 도로 주다”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갚다’를 “도로 돌려주다”로 풀이하면서 겹말풀이입니다. 사전 뜻풀이를 손질해야겠습니다.



생일날(生日-) : 생일이 되는 날

생일(生日) : 세상에 태어난 날. 또는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해마다의 그날 ≒ 생세일

생세일(生世日) : = 생일(生日)

생세(生世) : 세상에 살아 있음. 또는 세상에 남

난날 : x

태어난날 : x



  ‘생일날’은 겹말입니다. 이런 겹말은 사전에서 털어야 합니다. 사전을 더 살피면 ‘생세일·생세’ 같은 한자말까지 있습니다. 이러면서 ‘난날·태어난날’은 아직도 올림말로 없어요. 한국말을 너무 깔보는 사전입니다. ‘생일날·생일·생세일’은 모두 “→ 난날. 태어난날”로 다루면 좋겠습니다.



타의(他意) : 1. 다른 생각. 또는 다른 마음 2.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

딴생각 : 1. 미리 정해진 것에 어긋나는 생각 2.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다른 데로 쓰는 생각

딴마음 : 1.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다른 것을 생각하는 마음 ≒ 객심·딴속·외심·타지(他志) 2. 처음에 마음먹은 것과 어긋나거나 배반하는 마음 ≒ 딴속·외심·이도(異圖)·이심(異心)

다른생각 : x

다른마음 : x



  사전에 ‘딴마음’이 오르지만 ‘타의’를 비롯한 갖가지 한자말도 뒤따라 오릅니다. 우리는 ‘딴마음·땅생각·딴속’이란 낱말에다가 ‘다른생각·다른마음’ 같은 낱말을 찬찬히 가려서 쓰면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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