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사진책
어느 교수님 사진책을 본다. 처음 이 사진책을 보았을 적에 ‘이 따위도 사진이냐’고 생각했다. 교수님 사진이라지만. 나중에 이분 사진책을 헌책집에서 만났을 적에도 ‘헌책이라지만, 값이 조금 눅어도 사 주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한 해가 지난 어느 날, 이 사진책을 사든다. 이날 찾아간 헌책집 아저씨가 저녁밥을 사 주어, 고맙게 얻어먹은 밥값을 책을 사면서 갚음을 하고자 책을 둘러보는데 마땅히 눈에 뜨이는 책이 없다가 이 교수님 사진책이 보였다. 그리 내키지 않았으나, 그래도 사진책도서관을 꾸린다고 하는 몸인데, 자료로 장만해 놓아야 하지 않느냐 생각하며 골라들어 책값을 셈했다. 그러나 막상 사들여 집에 가지고 와서 다시금 꼼꼼히 두어 벌 되읽는데, 도무지 봐주기 어렵다. 참말로 이 사진학과 교수님께서는 ‘사진으로 무얼 말하고’ 싶어할까? 무엇을 말하려고 사진을 찍었을가? 학생들한테 무엇을 가르치고 싶어할까? 학생들한테 사진으로 이녁 어떠한 이야기를 담아내라고 가르치려나? 한국에서는 고작 이만한 사진을 찍는 눈썰미로도 사진학과 교수를 한단 말이지? 기껏 이런 사진을 찍는 데에도 출판사에서는 책으로 엮어내 준단 말이지? 이러니 사람들이 사진책을 안 사지. 이러니 사람들이 사진장비를 올리는 데에는 마음을 쏟아도 사진책을 곁에 두면서 늘 새롭게 배우는 몸짓하고는 멀어지지. 이러니 젊은 사진벗도 겉멋에 휘둘리는 빈껍데기 사진을 뚝딱뚝딱 만들면서 스스로 ‘아티스트’입네 하고 떠벌이며 다니지. 2009.3.21.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