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물려줄 말밭

[오락가락 국어사전 38] 낱말을 살리는 첫길



  우리 사전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오늘 쓰는 낱말을 찬찬히 살펴서 알뜰히 건사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뒷사람한테 고이 물려주어 말살림을 북돋우는 밑틀로 삼아요. ‘앙갚음’ 한 마디이면 넉넉할 텐데, 웬 한자말을 줄줄이 붙여야 할까요? 한국말사전은 왜 ‘낱말’이란 낱말은 풀이를 안 할까요? ‘엿보다’하고 나란히 놓을 ‘몰래보다’를 올림말로 삼아서, 말씀씀이를 북돋우는 길을 열 수 있지 않을까요?



앙심(怏心) : 원한을 품고 앙갚음하려고 벼르는 마음 ≒ 앙(怏)

앙갚음 :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줌 ≒ 반보(反報)·반보(返報)·보구(報仇)·보복(報復)·보수(報讐)·보원(報怨)·복구(復仇)·복보수

보복(報復) : = 앙갚음



  앙갚음을 하려는 마음이 ‘앙심’이라고 풀이하는데, ‘앙갚음’을 한자말로 옮기니 ‘앙심’일 뿐이지 싶습니다. ‘앙심’은 “→ 앙갚음”으로 다루면 되어요. ‘앙갚음’이라는 낱말에 비슷한말이라며 여덟 가지 한자말을 붙이는데, 모두 털어낼 만합니다.



낱말 : [언어] = 단어(單語)

단어(單語) : [언어] 분리하여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나 이에 준하는 말. 또는 그 말의 뒤에 붙어서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말. “철수가 영희의 일기를 읽은 것 같다.”에서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철수’, ‘영희’, ‘일기’, ‘읽은’, ‘같다’와 조사 ‘가’, ‘의’, ‘를’, 의존 명사 ‘것’ 따위이다 ≒ 낱말·어사(語詞)

어사(語詞) : [언어] 1. = 서술어 2. = 단어

말마디 : 1. 말의 토막 2. [언어] = 어절(語節)

어절(語節) : [언어]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마디. 문장 성분의 최소 단위로서 띄어쓰기의 단위가 된다 ≒ 말마디·문절(文節)

문절(文節) : [언어] = 어절(語節)

어휘(語彙) : 1. 어떤 일정한 범위 안에서 쓰이는 단어의 수효. 또는 단어의 전체 2. [언어] 어떤 종류의 말을 간단한 설명을 붙여 순서대로 모아 적어 놓은 글 ≒ 사휘(辭彙)



  한국말사전은 ‘낱말’을 제대로 풀이하지 않고 “= 단어”로 다루니 얄궂습니다. ‘단어’를 “→ 낱말”로 다루면서 뜻풀이를 붙일 노릇입니다. ‘어사·문절·어절’ 같은 한자말은 “→ 말마디’로 다루면 되고, ‘말마디’ 뜻풀이를 손질해야지 싶어요. ‘어휘’는 “→ 낱말. 말밭. 말무리”로 다루면 됩니다.



개성(個性) :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 ≒ 개인성

천차만별(千差萬別) : 여러 가지 사물이 모두 차이가 있고 구별이 있음

구별(區別) :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남. 또는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갈라놓음

차이(差異) :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또는 그런 정도나 상태



  ‘개성’하고 ‘천차만별’은 뜻풀이가 겹치는데, ‘구별’이란 한자말하고 돌림풀이가 됩니다. 네 한자말을 살피면 모두 ‘다르다’를 나타내는 셈이에요. ‘개성’은 “다른 모습”으로 풀어내면 되고, ‘천차만별·구별·차이’는 “→ 다르다. 가르다”로 다룰 만합니다.



오수(午睡) : = 낮잠

오수(汚水) : = 구정물

낮잠 : 낮에 자는 잠 ≒ 오수(午睡)·오침·주침(晝寢)

구정물 : 1. 무엇을 씻거나 빨거나 하여 더러워진 물 ≒ 오수(汚水) 2. 헌데나 종기 따위에서 고름이 다 빠진 뒤에 흘러나오는 물



  한자를 다르게 적는 한자말 ‘오수’인데, 이 같은 한자말은 사전에서 덜 만합니다. 그런데 ‘낮잠’을 풀이하며 다른 한자말을 비슷한말로 더 붙여요. 이런 한자말은 다 털어내면 좋겠어요.



열매살 : = 과육(果肉)

과육(果肉) : 1. 열매에서 씨를 둘러싸고 있는 살. ‘열매살’로 순화 ≒ 열매살 2. 과일과 고기를 아울러 이르는 말



  열매에 있는 살이라면 ‘열매살’일 테지요. 사전은 ‘과육’을 ‘열매살’로 고쳐쓰라 하면서 정작 ‘열매살’을 풀이하지 않습니다. ‘과육’은 “→ 열매살”로 다루고 뜻풀이를 손질해야겠습니다.



염탐(廉探) : 몰래 남의 사정을 살피고 조사함

엿보다 : 1. 남이 보이지 아니하는 곳에 숨거나 남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여 대상을 살펴보다 2. 잘 보이지 아니하는 대상을 좁은 틈 따위로 바라보다 3. 잘 드러나지 아니하는 마음이나 생각을 알아내려고 살피다 4. 어떤 사실을 바탕으로 실상을 미루어 알다 5. 무엇을 이루고자 온 마음을 쏟아서 눈여겨보다 6. 음흉한 목적을 가지고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벼르다

몰래보다 : x



  몰래 본다면 ‘엿보다’예요. ‘염탐’은 “→ 엿보다”로 다룰 노릇입니다. 더 헤아린다면 ‘몰래보다’도 올림말로 삼아서 ‘엿보다·몰래보다’가 어떻게 결이 다른가를 짚을 수 있습니다.



천년만년(千年萬年) : = 천만년

천만년(千萬年) : 아주 오랜 세월 ≒ 천년만년·천만세(千萬歲)

오래오래 : 시간이 지나는 기간이 매우 길게

두고두고 : 여러 번에 걸쳐 오랫동안

오랫동안 : 시간상으로 썩 긴 동안

오래 :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이 길게

오래도록 : 시간이 많이 지나도록

길이길이 : 아주 오래도록

길이 :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오랜 나날을 가리킬 적에는 ‘오래오래·오랫동안·오래도록’을 쓰면 되어요. ‘천년만년·천만년·천만세’ 같은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낼 수 있고, 꼭 실어야 한다면 “→ 오래오래. 오랫동안. 오래도록”으로 다루면 됩니다.



키 : 1. 사람이나 동물이 똑바로 섰을 때에 발바닥에서 머리 끝에 이르는 몸의 길이 ≒ 몸높이·신장(身長) 2. 식물이나 수직으로 세워진 물체의 높이

신장(身長/身丈) : = 키

몸높이 : = 키



  ‘신장’이란 한자말은 “→ 키”로 다루면 되어요. 사전은 ‘몸높이’를 “= 키”로만 다룹니다만, 두 낱말이 다른 결을 밝혀 주면 좋겠습니다.



불철주야(不撤晝夜) : 어떤 일에 깊이 빠져서 조금도 쉴 사이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아니함. ‘밤낮없이’로 순화 ≒ 야이계주·주이계야

밤낮없이 : 언제나 늘

야이계주(夜以繼晝) : = 불철주야

주이계야(晝而繼夜) : = 불철주야



  밤낮을 가리지 않으니 ‘밤낮없이’예요. ‘불철주야’는 “→ 밤낮없이”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사전에 ‘야이계주·주이계야’를 비슷한말이라며 올림말로 싣는군요. 두 한자말은 털어낼 노릇이에요. 그리고 ‘밤낮없이’ 뜻풀이를 손질해 주면 좋겠습니다.



초행길(初行-) : = 초행(初行)

초행(初行) : 1. 어떤 곳에 처음으로 감 2. 처음으로 가는 길 ≒ 초행길·생로(生路)·첫길

첫길 : 1. 처음으로 가 보는 길. 또는 막 나서는 길 2. 시집가거나 장가들러 가는 길

처음길 : ‘초행길’의 북한어

첫걸음 : 1. 목적지를 향하여 처음 내디디는 걸음 ≒ 제일보 2. 어떤 일의 시작 ≒ 제일보·첫걸음마 3. 어떤 곳에 처음 감

첫마실 : x



  처음으로 가니 ‘첫길’이에요. ‘초행’은 “→ 첫길. 처음길. 첫걸음. 첫마실”로 다루거나 사전에서 털어낼 만합니다. ‘초행길’ 같은 겹말은 사전에서 털어내고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