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이 책과 얽힌 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는 책이 더러 있습니다. 이런 책이 그동안 미처 몰랐던 좋은 책이라면 참으로 반갑습니다. 하지만 딱히 내키지 않을 뿐더러, 이런 책을 왜 내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면, 받는 손이 참 멋쩍습니다.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안 받으려고 하지만, 우편으로 보내온다면 그야말로 돌려보낼 수 없는 노릇. 이런 책은 차곡차곡 모아서 가까운 헌책방에 가져다주곤 합니다. 그러나 모든 책을 이처럼 가져다주지는 않아요. 차마 헌책방에 내놓을 수 없는 책은 그냥 껴안습니다. 이 책이 헌책방 책꽂이에 꽂혀서 사람들 눈을 더럽힌다면 슬픈 일이니까요. 새책방 책꽂이에도, 헌책방 책꽂이에도 우리 눈을 밝히고 마음을 살찌워 주는 책들이 꽂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갖 책을 자료로 삼는 도서관이라면 간이나 쓸개가 빠진 책이 꽂힐 수 있겠지요. 어느 사무실에서 헌책방으로 책이 통째로 흘러나온다면, 얄궂은 책이 다른 책과 섞여서 꽂히거나 쌓일 수 있고요. 하지만 제 손에 쥐어진 달갑지 않은 책들까지 헌책방에 들어가도록 하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제 방 한쪽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둔다든지, 북북 찢어서 폐휴지에 섞어 놓고 싶습니다. (4340.2.28.물.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