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4
신문배달 자전거를 몰아 헌책집을 찾아간다. 헌책집 문간에 자전거를 세운다. 헌책집에서 장만한 책은 짐받이에 묶는다. 바람을 가르며 달려와서, 다시 바람을 가르며 신문사지국으로 돌아간다. 한 달 벌이 16만 원으로는 새책 몇 권 사기 어렵다. 외대학보에 틈틈이 글을 보내 받는 글삯을 보태어 헌책집에서 책을 고른다. 똑같은 책이 둘 있으면 조금 더 허름에서 300원이나 500원이 눅은 책을 고른다. 한 권이라도 더 읽고 싶기에 서서 열 권을 읽고 나서야 한 권을 산다. 그렇지만 다 읽은 책도 사서 다시금 읽고 싶다. 언젠가는 오늘하고 다르게 책을 맞이할 수 있겠지. 책집에 서서 부리나케 읽어치우는 길이 아닌, 느긋하게 책칸을 보금자리에 꾸며서 언제라도 되읽을 날이 있겠지. 1995.8.7.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