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기저귀

아이가 우리한테 오고서야 기저귀를 눈여겨본다. 이때까지 기저귀가 무엇인지 제대로 짚지 못했다. 사전에 실린 말뜻으로는 ‘기저귀’를 바라볼 수 있었어도, 아이 샅에 기저귀를 대는 살림을 짓고서야 비로소 ‘기저귀’가 그냥 낱말 하나가 아닌 엄청나게 오래며 깊은 삶이 넓게 스면 사랑인 줄 깨닫는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한테 천기저귀를 댄다. 기저귀를 마련하면서, 이 기저귀도 여럿인 줄 새삼스레 배우는데, 한 벌 쓰고 버리는 기저귀는 으레 공장에서 종이로 척척 찍어내니 ‘종이기저귀’이다. 아기를 낳는 몸인 가시내가 다달이 쓰는 기저귀는 핏물을 받으니 ‘핏기저귀’이다. 아기는 똥오줌을 가릴 수 없는 몸이라 기저귀를 댄다. ‘오줌기저귀’하고 ‘똥기저귀’를 갈라서 삶고 헹구고 볕에 말리며 바람을 쏘인다. 아이 하나가 가르치는 살림이란 대단하구나. 살림을 가르치는 아기는 말도 저절로 가르치는 스승이요 길잡이요 별님이자 꽃송이 같다. 2008.8.25.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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