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바라는 만큼 쓴다. 바라지 않는데 더 나아가면서 쓸 수는 없다. 배우려고 하는 마음, 오늘 이 자리에 머물지 않고서 한결 나아가려는 마음을 품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맴돌면서 쓴다. 그렇다고 맴도는 제자리걸음 글쓰기가 나쁘지 않다. 그저 그뿐이라는 소리이다. 배우기를 바라지 않으니 새롭게 쓰지 못한다. 배우기를 바라니 언제나 새롭게 쓸 뿐 아니라, 글 한 줄을 쓰면서도 거듭나는 숨결을 느낀다. 배울 수 없는 살림이란 없으니, 스스로 무엇을 얼마나 바라는가부터 헤아리면 된다. ‘를’ 한 마디를 조물딱조물딱 갖고 놀듯이 배우려는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다. ‘사라지다’나 ‘없다’ 같은 낱말이 사전 뜻풀이를 훌쩍 넘어서는 어떤 깊이나 너비가 있는가를 새삼스레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으로 글을 쓸 만하다. 바라면 바라는 대로 되지만, 바라지 않으면 바라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안 된다. 2019.3.13.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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